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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병실에서 1

by 장돌뱅이. 2022. 8. 17.


조금 더 멀리까지 바래다줄 걸

조금 더 참고 기다려줄 걸
그 밥값은 내가 냈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내가 도와줄 수 있었는데
그날 그곳에 갔어야 했는데
그 짐을 내가 들어줄 걸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이 이야기를 들어줄 걸
선물은 조금 더 나은 것으로 할 걸

큰 후회는 포기하고 잊어버리지만
작은 후회는 늘 계속되고 늘 아픕니다

- 정용철, 「착한 후회」-

구급차를 불러 타고 응급실에 도착하여 새벽까지 검사를 받고 입원실로 올라온 첫날밤.
가까스로 잠든, 아마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있을 아내를 바라본다.
크고 작은 후회가 밀려온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후회다.

'착한 후회'란 변명이고 미화다. 있었다면 다만  잘못이 있었을 뿐이다.
더 길게 기다리고, 더 가만히 듣고, 더 자주 고개를 끄덕이고, 더 따뜻하게 만져주었어야 했다. 뒤척이기조차 힘들어 내뱉는 아내의 신음이 가슴을 저민다. 

이 두려운 시간이 지나 아침이 오면 어떤 소식이 우리를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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