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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병실에서 3

by 장돌뱅이. 2022. 8. 19.


영화 『더 테이블』은 카페의 한 테이블에 하룻 동안 거쳐간 네 쌍, 8명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헤어진 이후 유명 여배우가 된 옛 여친과 그런 사실을 주위에 알려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푼수끼 다분한 옛 남친의 만남.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녀의 재회. 가짜 사랑을 위한 가짜 모녀의 혼담, 결혼을 앞둔 여자와 남자 친구의 밀당.

사람들이 떠나면 커피와 음료 잔, 남은 케이크가 치워지고 다시 테이블만 남는다.
이야기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테이블은 어떤 흔적도 없이 산뜻하다.
곧 누군가 다시 그 자리를 앉아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카페의 테이블은 병실에선 침대다.
갖가지 고통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 그 자리에 눕는다.
병실의 사람들과 병의 이력을 나누고 약간의 동병상련과 유대감을 공유한다.
수술을 하러 가는 옆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덕담을 건네기도 한다.
예전에는 서로 음식을 나누고 면회 오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질문도 있었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일체 중단되었다. 이제는 침상마다 간병인과 환자, 2명만 허용된다. 간병인은 직업인 경우와 가족인 경우로 나뉜다. 가족끼리는 소소한 말다툼이 있기도 하지만 고용 간병인과는 그런 경우가 없다.

병실의 사람들도 끊임없이 들고난다. 누워있던 사람들이 떠나면 시트 카바와 베개는 교체되고 침대는 다시 누군가의 사연과 고통을 받을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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