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병실에서 4

by 장돌뱅이. 2022. 8. 20.

하루 이틀 지나면서 병실 사람들과 얼굴을 익히게 된다.
옆 자리 70대의 할머니는 발목 염증으로 지난 3개월간 3 곳의 병원을 옮겨 다니며 치료를 받으셨다.

이름난 병원에서 수술도 몇 차례 받았지만 아직도 발목엔 기브스가 감겨있다.
"병 중에 제일 무서운 것이 염증이여."
할머니의 말씀이다.

병과 병원과 치료 경력을 설명하는 중에 은근히 자식 자랑도 함께 섞으신다.
몸무게가 빠지는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당신을 위해 병간호를 해준 지극한 효심의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이 사준 해신탕이라는 음식의 맛 - 닭과 전복 등 '몸에 존 놈'들만 들어가 어우러진 맛이 기가 막히셨다고. 아들이 해군 출신이라 단정하고 깔끔하다고( 그런 성품은 장점이지만 그게 해군과 어떤 인과 관계인지는?).

할머니는 병실에서 유일하게 간병인이 없으시다. 깁스를 했지만 거동에 큰 불편이 없으시니 간병인까진 필요 없어 보인다. 그래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소하지만 다른 사람의 손이 필요할 때가 있다. 병원에서 나온 식사는 침대로 식후에 직접 식판을 반납하게 되어 있다. 목발을 짚는데 두 손을 사용해야 하는 할머니로선 어려운 일이다.

식사를 마친 후 식기 반납을 대신해드렸더니 잠시 후 고맙다며 영진구론산 한 병을 건네주셨다.

평소 박카스 같은 드링크 제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할머니 덕분에 처음 먹어보았다.
뭐랄까? 오렌지 환타에 원기소 섞은 맛이라면 너무 올드한 표현일까?

컴퓨터 속 파일을 뒤져 보았더니 60년 대 월간지 『사상계』 에 영진구론산 광고 사진이 있었다.
구태여 이 사진을 찍어둔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요즈음 시각으로는 생경해보이는 모델 입에 물린 담배 때문이었을 것 같다. 힘과 박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옛 모델은 현재의 마동석과는 임팩트가 비교할 수 없이 약해 보인다. 조잡해 보이는 광고 중에 그래도 문구 하나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언제나 싱싱한 생명의 힘!"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실에서 6  (0) 2022.08.22
병실에서 5  (0) 2022.08.21
병실에서 3  (0) 2022.08.19
병실에서 2  (0) 2022.08.18
병실에서 1  (0) 2022.08.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