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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병실에서 6

by 장돌뱅이. 2022. 8. 22.


병원도 주말과 휴일은 평일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오전과 오후 주치의 회진이 없다. 회진은 보통 일군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동행하여 좁은 병실이 부산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회진에 앞서 주니어 의사의 사전 문진도 있다. 하지만 휴일엔 간호사들의 체크와 투약 등의 루틴한 과정만 반복된다.

회진은 환자들로선 긴장되면서도 기다려지는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다.
향후 환자의 일정이 의사의 입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좀 더 희망적인 예후(豫後)를 고대하지만 대부분의 주치의의 말이 환자의 기대에 부응한 적은 거의 없다. 어쩌면 퇴원하는 날까지 그건 충족될 수 없는 바람일지도 모른다. 늘 할 말을 다 못 한 것 같은 미진하고 답답한 심정으로 회진을 맞고 보내게 된다.

주말이면 입원 환자들의 퇴원이 있다.
입원복을 벗고 사복을 갈아입은 같은 병실의 환우에게 사람들은 덕담을 보낸다.
마치 군대 시절 제대를 하는 선임들을 보는 것 같다.

"고생하셨어요."
"축하합니다."
"이제 다시 여기 오지 마세요."

퇴원 환자 중에는 바로 집으로 가지 못하고 추가 치료를 위해 2차 협력병원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종합병원도 이익 추구라는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시쳇말로 '돈이 되지 않는' 수술 끝난 환자들을 오래 잡아두지 않으려는 경영 방침인 것인지, 아니면 입원 대기 중인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것인지 알 수없다. 어쨌든 완치를 위한 일차적인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로 같은 병실의 환자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곤 한다.

코로나가 없을 땐 주말이면 병원은 병문안을 오는 가족과 친지들로 북적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먼 옛날의 일인듯 휴일 아침의 병실 복도는 조용하기만 하다.
변함이 없는 건 아직 남아있어야 하는 환자들의 고통과 신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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