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손자 사진을 함께 보며 즐거웠던 기억을 되살려 본다. 언젠가 너무 늦게 자는 손자에게 아내가 충고를 했다. "있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키가 크는 거야." 어린 손자는 별안간 아내의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눈으로 몇 차례 훑어보았다. 그리고 판을 뒤집는 한 마디를 던졌다. "할머니도 잠을 늦게 잤나 보네." (유감스럽게도 아내는 키가 작다.)
아내와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낄낄거린다. 아내완 쿵작이 잘 맞아 '티키타카'가 길게 이어지곤 한다. 아내의 재치는 늘 나를 압도한다. 아내는 '내가 말을 잘하는 건 당신한테 뿐이야.' 하고 나는 아내에게 '그래서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니깐!' 하고 말한다. 아내는 얼굴 화끈거린다고 말리지만 나는 병실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아내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 병실에서의 시간이란 지루한 기다림이다. 아내가 잘 견뎌주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 내 사랑이여 - 하고 네가 말하면, - 내 사랑이여 - 라고 나는 대답했네. - 눈이 내리네 - 하고 네가 말하면, - 눈이 내리네 - 라고 나는 대답했네.
- 아직도 - 하고 네가 말하면, - 아직도 - 라고 나는 대답했네. - 이렇게 - 하고 네가 말하면, - 이렇게 - 라고 나는 대답했네.
그 뒤, 너는 말했네 - 사랑해. 나는 대답했네 - 나는 너보다 더 많이 - 라고. - 여름도 가는군 - 네가 내게 말하자, -이제 가을이야 - 라고 나는 대답했네, 어느 날 마침내 너는 이렇게 말했네. -오,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데······ 그래서 나는 대답했네. - 다시 한번 말해봐 ······ 다시 한번 더 ······ (그것은 어느 가을날, 커다란 노을이 눈부신 저녁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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