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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할아버지의 아버지

by 장돌뱅이. 2021. 5. 2.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 설레느니,
내 어린 시절에도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그러하니
내 늙어서도 그러하기를,
아니면 날 죽게 내버려두게나!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보니 앞으로 나의 날들이
자연의 경건함으로 튀어오르기를.     
 

-「내 가슴은 뛰노니(My Heart Leaps Up)」-


이 시와 시를 지은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는 몰라도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구절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손자친구와 서로 수수께끼 내기를 했다.
친구가 물었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저렇게 말하는 것."
"···???···"
내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추가 힌트를 주었다.
"신호등이 빨간색인데 길을 건너면서 초록불이라고 말하는 거."
정답은 '거짓말'이었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저렇게 말하고
오만을 확신으로 착각하고 가서는 안되는 길을 가면서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기만한 적은 없었는지······.
친구의 기발함에 낄낄거리다 문득 서늘한 기분이 스쳐갔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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