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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떠남은 축복이고 축제

by 장돌뱅이. 2021. 6. 13.

그래도 그대는 떠난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처럼 집안 단속을 하고
문을 잠갔나 확인하고
손때 묻은 세간살이 가득 찬 정든
집을 등 뒤로 남겨놓은 채
손가방만 하나 들고 결연히 떠나서
새 집을 찾는다 언젠가
그 집을 가득 채우고 다시
비어놓은 채 뒤돌아보며 집을
떠날 그대여
몇 번이고 망설이며 떠났다가
소리없이 돌아와 혼자서
다시 떠나는 그대여

--김광규, 「다시 떠나는 그대」-

 

'다시 떠나는 그대여'라는 말이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처럼 새삼 정겹다.
언젠가 아내와 딸아이와 다녀온, 아유타야며 후아힌이며 파타야며 하는 곳으로 그냥 가볍게 떠나고 싶다.
인생은 늘 떠나는 것이라는, 진지한 그러나 다소 진부해진 의미는 잠시 접어두어도 좋겠다.
이십 년이 흐른 후 우리가 이룬 일들보다 하지 못한 일들로 더 깊이 좌절할지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떠남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있기나 한 건지 앞질러 예단할 필요도 없다.
깃털처럼 가벼운 떠남 자체가 이미 충분한 축복이고 축제임을 우리가 알게 되었으므로.

* https://youtu.be/qe8jsCv0D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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