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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by 장돌뱅이. 2021. 6. 25.

 

텔레비젼 중계화면 촬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프로 야구 뉴욕 메츠의 감독 요기 베라가 했다는 이 말은 모든 스포츠 중계에서 자주 반복된다.
또한 어떤 어려움에 맞닥뜨려도 뜻한 목표를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삶의 경구로 인용되기도 한다.  

지난 6월 23일 있었던 2021 NBA 서부컨퍼런스 파이널의 경기는 그 말의 극단적인 경우를 보여주었다.
피닉스 선즈(PHONEIX SUNS)와  LA클리퍼스(LA CLIPPERS)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0.8초 전까지
2점 차로 뒤지고 있던 피닉스는 불과 0.1초 사이에 엘리엇 덩크를 성공시키고 극적인 승리를 얻었다.
0.8, 0.7, 0.1초라는 현실적이지 않은 찰나의 순간이 천당과 지옥을 가른 것이다.

이제까지 본 농구 경기 중 가장 짜릿한 경기 중의 하나였다.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는 일엔 더러 '끝난 건 끝난 것'이라는 체념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삶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리없는  나 같은 나이에, 이루지 못한 목표에 대한 아쉬움으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매달리는 모습은 열정이 아니라 고단한 집착일 뿐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면 그림자 지는'  마음은 지난 시절의 기억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온전하게 늙는 일은 늘 내게 있어왔고, 지금도 내게 여전한 - 아내와 함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손자와 뒹구는 - 일상에
긴장과 경직의 자의식을 느슨하게 풀어보낸다는 의미일 것이다.


소는 젖을 주고, 밭은 빵을 주며
양은 옷을 마련해준다.
그 나무들은 여름이면 그늘을 드리워주고
겨울이면 땔감이 된다.


축복받은 사람이다. 아무 신경 쓰지 않고
시간도 날짜도 해도 고요히 흘러가서
몸은 건강하고 마음은 평안하여
낮에는 별일 없다.


밤에는 깊은 잠에 학문과 휴식이 있고
즐거운 오락도 있으며
잡념 없이 전적으로 즐기는 일이란
고요히 묵상하는 것


이렇게 살련다. 남몰래 이름도 없이
탄식하는 일 없이 죽고 싶어라.
이 세상을 소문없이 떠나, 잠든 곳을
알리는 묘비도 없이.

-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고요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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