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네가 선재도의 한 카라반 숙소를 예약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차량에 달고 다니는 이동식 주택을 해변 바로 앞에 고정 배치한 숙소였다.
선재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차로 갈 수 있다.
행정 주소는 인천 옹진군 영흥면이지만 그보다 대부도 옆에 있는 섬이라고 하면 한결 쉽게 위치가 파악된다.
체크인을 하고 첫째 손자와 바닷가로 나갔다. 하늘과 바다가 탁 트인 날씨여서 걷기에 더없이 좋았다.
특별한 놀이 기구는 없었지만 서로 장난을 걸며 달리기를 하거나 해변의 돌과 조개껍질을 바다로 던지기도 하며 놀았다.
아이들은 모든 걸 놀이 도구로 바꾸는데 천재적이다.
첫째 손자는 돌이 되기 전에 해외여행도 했지만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둘째는 좀처럼 집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 발걸음도 잘 떼지 못하는 아이가 마스크를 써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알고 있는 걸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먼길은 아니어도 모처럼 집을 떠나 함께 바다에 오니 아이는 물론 아내의 웃음소리도 더 해맑게 들렸다.
저녁이 되자 기온이 급하게 떨어졌다. 저녁을 먹고 장작불을 피워 불멍을 하려고 했다.
식사는 계획대로 됐지만 불멍은 잘 되지 않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어린 아이들이 '멍'을 이해하기는쉽지 않은 일이다.
그보다는 불꽃놀이에 더 관심을 보였다. 평소 우리나라 해변에서 여행객들이 쏘는 조잡한 불꽃을
탐탁치 않아 하던 나의 소신은 손자의 경우가 되니 맥없이 허물어졌다.
계단과 좁고 은밀한 공간은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곳 같다.
계단 위 이층의 작은 공간을 보자마자 첫째는 자신의 방으로 점찍었다.
나에게는 아랫쪽 방을 정해주고 오르내리며 즐거워했다.
저녁 9시 경 딸아이네가 둘째 손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아내와 나, 그리고 첫째 손자가 남았다.
첫째에겐 특별한 경험 - 처음으로 부모와 떨어져 잠을 자는 -을 하는 날이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돌아갈 것이냐 아니냐 선택을 묻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할아버지와 자겠다고 대답을 했다.
아내와 나는 예민하게 첫째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어린 아이인지라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해서 였다.
그러나 첫째는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즐겁게 놀아 주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어 평소보다 좀 더 오래 뒤척였을 뿐이다.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뻘이 드러난 바다를 기대하고 커튼을 열어본 아내와 나는 실망을 했다.
해변이 좁다고 느낄 정도로 바닷물이 가까이 들어와 출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손자에게 뻘을 경험시켜주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런데 물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빠른 속도로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내다보니 수평선은 지평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우리 셋은 뻘밭을 지나 선재도에서 대략 600미터 정도 떨어진 목섬(항도)으로 향했다.
손자는 전날부터 눈앞에 보이는 섬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라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뻘에는 작은 게들과 물고기들이 발자국 소리에 놀라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손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기를 잡고 호미로 구멍을 파서 게 두 마리를 잡았다.
손자는 겁이 나는 듯 주저주저하면서도 손에 쥐어 보았다.
그리고 질척이는 뻘을 씩씩하게 걸어 궁금해하던 섬을 다녀왔다.
썰물이 졌다
바다에 갈까.
밀물이 들기 전에
바다에 갈까.
뱃길에 들어서면 모래 흐르고
보리새우 반짝이며 물너울을 타지.
종아리를 간지럽힌 건 망둥이지만
갑자기 발밑에서 무는 놈이 있지.
놀라서 "아야!" 하면 누군지 몰라
꾹 참고 잡으면 따라 나오지.
엄지발로 엄지손가락 물고 따라 나오지.
거북선처럼 딱딱한 등딱지 위에
천둥구름 가득 실은 철부지 꽃게
- 이문구의 동시, 「꽃게잡이」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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