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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남설악 주전골 단풍

by 장돌뱅이. 2021. 10. 30.

이런저런 가정사에 코로나까지 겹쳐 최근 몇 년 동안 거른 단풍구경을 다녀왔다.
설악산 어디든 가을이면 단풍이 화사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점봉산 북사면의
주전골은 단풍의 색이 곱기로 알아준다고 한다.

 


주전골 코스는 오색약수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선녀탕 - 금강문 - 용소삼거리 - 용소폭포를 돌아오는 편도 3.2km를 말한다.
아내와 나는 거기에 만경대 코스를 추가하여 5km를 돌았다.
만경대는 1970년부터 출입이 통제되다가 2016년 개방되었다.

개방 초기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극심한 사람 정체를 빚는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 때문인지 일일 출입 인원을 제한하며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올해는 가을장마가 길어 단풍이 늦어지고 색깔도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비교할 기억이 가물가물한 우리에게는 탄성을 지를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주전골 초입에서 만나는 보물 제497호 신라시대 삼층석탑. 천년이 넘는 세월을 뒤쪽
눈부시게 노란 단풍과 함께 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사람의 생이 새삼 짧게 느껴졌다. 
아무쪼록 즐겁게 살 일이다. 


주전골을 걷는 내내  꼿꼿하고 육중한 바위 암봉과 맑은 계곡물과 함께 했다.
굳이 선녀탕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 아니어도 계곡 곳곳에 맑은 물빛으로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 '선녀탕'들이 많았다.
경사도 평평해서 시쳇말로 '고퀄의 단풍 구경 대비 발품의 가성비'가 뛰어난 곳이었다. 
"이런 경치를 땀도 흘리지 않고 이렇게 쉽게 보아도 되나?"
아내와 나는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으며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을 억새처럼 단풍도 햇빛이 있어 새롭게 태어난다. 순광 속에서 다소 무거워 보이던
진채(眞采)의 잎들이 햇빛을 뒷쪽에서 받으면 담채(淡彩)로 바뀌어 투명해진다.
하늘하늘 허공으로 날아오를 것처럼 가벼워 보인다.

 

 


안내판에 용소폭포까지 50분 정도 걸린다고 나와있었지만 실제로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앞쪽 풍경에 멈춰서기도 했고 돌아보는 뒤쪽 풍경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아름다운 풍경에 자주 길이 막혔을 것이다. 

 


용소폭포는 작고 아담했다. 물줄기는 높지 않았고 그  아래 푸른빛을 띤 동그란 소(沼)도
마치 두 손을 모은 손바가지 만하게 보였다. 
계단으로 올라가 폭포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서자 폭포 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확실히 '세상에는 큰소리를 쳐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섬세한 것들이 있다.'

 

용소폭포를 지나 조금 더 오르니 만경대 입구가 나왔다. 탐방 예약 확인을 받는 곳이다.
현장접수도 가능하다지만 출입 인원에 제약이 있으니 인터넷 예약이 확실한 방법이겠다.

 


만경대(萬景臺)는 '만 가지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전망대에서는 우리가 걸어온 주전골과 계곡 건너 편으로는 점봉산과 별바위, 만물상 등의
능선이 화려하게 굽이치는 풍경이 보였다. 쾌청한 날씨 운까지  더해진 호쾌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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