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년대 우리 대중가요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는 고향이었다.
이농(離農)과 그에 따른 인구의 도시 집중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떠나온 고향을 향한 그리움에 노래가 파고들어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머나먼 고향」, 「고향역」, 「고향 아줌마」, 「고향이 좋아」,「두메산골」, 「망향」 등 제목에서부터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머나먼 남쪽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형제 이 몸을 기다려∼" 하는 구성진 트로트의 곡조와 가사는 아직 어렸던 나조차도 통학 버스 안을 울리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자주 듣다보니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하게 될 정도였다.
하지만 같은 노래를 들어도 이향민(離鄕民)들과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의 감정은 달랐을 것이다. 당연히 같이 바라보는 남쪽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남쪽에
아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바라보는 남쪽하고
남쪽에
아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바라보는 남쪽은
얼마나 다른가
- 이문재, 「남쪽」 -
회사 일로 해외에 주재하던 시절, 나도 아내와 바닷가를 거닐다가 저 멀리 수평선을 물끄러미 바라 볼 때가 있었다. 그런 날이면 집으로 돌아와 정지용의 「향수」를 반복해서 듣곤 했다.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은 우리를 그렇게 만든다.
베이징 올림픽 입장식에 동티모르 선수단이 나올 때 그곳에 살고 있는 지인이 생각났다. 사진을 찍어 보내주자 지인은 "정작 여기 동티모르 사람들은 올림픽이 열리는지도 잘 모른다"라고 답을 보내왔다. 동티모르에서는 한 명의 선수가 참가한다고 중계 방송은 알려주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미국과 멕시코 선수단이 입장할 때도 여타의 나라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직접 살거나 함께 일하면서, 혹은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움불, 와유, 루스완디, 누눙, 까니, 엄폰, 티티퐁, 윌리엄, 잭, 안토니오, 까를로스, 마리아나, 이반 등.
내가 자주 쓰는 말 - 추억이 있어 세상의 어떤 곳은 다른 곳과 구별된다.
흥분된 목청으로 각자 자기 나라를 응원하면서 모두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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