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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눈 오는 우수

by 장돌뱅이. 2022. 2. 20.



하마터면 길이,
앞길 뒷길 파묻는 석 자 눈 속에
있다는 걸
잊을 뻔했네

너,
폭설 속의 진달래여!

-  이안, 「숨길 2」-


산책을 하는 중에 눈이 내렸다.
강 건너편이 아득해질 정도로 맹렬하게 쏟아졌다. 
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위에서가 아닌 옆에서 수평으로 날아왔다.
눈발을 마주하고 달렸더니 몸의 앞쪽에 금세 하얗게 달라붙었다.
그러다간 잠깐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이 비쳤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산책에 서너 번이나 그런 날씨가 반복되었다.

요란한 우수(雨水)였다.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고 하여 우수라더니  내린 눈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겨울과 봄이 뒤섞인 시간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쾌도난마식으로 양분할 수 없는 어둠과 밝음, 절망과 희망이 혼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둠과 절망 속에서 빛과 기쁨을 예감하고, 밝음과 희망 속에서도 우리가 갇혔던 '폭설'의 본질을 사색하고 기억하는 지혜와 긴장이겠다.

보이지 않아도 길은 있고, '진달래'는 또 어디선가 가쁜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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