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누가 푸른 하늘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은하수도 보여주면 좋겠네
구름 속에 가리운 듯 애당초 없는 듯
아하 누가 그렇게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네
아하 내가 너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네
높이높이 두터운 벽 가로놓여 있으니
아하 누가 그렇게 잡았으면 좋겠네
아하 내가 저 들판의 풀잎이면 좋겠네
아하 내가 시냇가의 돌멩이면 좋겠네
하늘 아래 저 들판에 부는 바람 속에
아하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 김민기, 「아하 누가 그렇게」 -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한일전 축구에서 선제골 넣고 비겨 승부차기에서 진 기분."
"심장마비 걸릴 것 같다."
대선 이후 친구들이 보낸 카톡들이 대충 그렇다.
아는 수녀님께선 "우울증 걸릴 것 같다"는 메시지에 안치환의 노래 「개새끼들」과「재명이네 슈퍼 마지막 영상」을 첨부해서 보내주셨다. 영상을 보며 많이 우셨다고.
'그'가 우리 삶의 환경을 결정할 중요한 무엇인가를 하게 되었다는 '코미디 같은' 현실에 분노· 허탈· 절망하는 모습들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일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휴대폰이건 텔레비전이건 신문이건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 뉴스의 호들갑 떠는 헤드라인조차 얼마나 어설플까 싶어 겁난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그'의 부인을 보는 건 괜히 내가 더 민망스러워질 것 같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할까?
87년 대선 저녁, 술잔을 앞에 놓고 "이제 우린 무얼 해야 할까요?"라며 흐느끼던 '빵잽이' 후배가 있었다. 그를 다독이며 손을 잡아주었지만 나 역시 분노와 막막함으로 그의 어깨너머로 어두워오는 거리를 내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막하기로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한 것 같다. 안치환의 노랫말 같은 "개새끼들"이 그때는 또렷했다면 지금은 그게 더 교묘해져서 애매하게 보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스무 번의 대선이 있기까지 내가 희망하는 지도자를 뽑았던 게 불과 몇 번 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좀 냉철해질 필요는 있겠지만 아내와 끙끙거리는 이 몸살이 빨리 가실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서둘러 거두고 싶지도 않다.
김민기의 노래, 돌이켜보면 오래된 위로이고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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