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자들.
일찍 자지 않는다. 아니 너무 늦게 잔다.
직장 가야 하는 부모를 위해서 일찍 좀 자주면 좋으련만 밤 11시가 넘어서도 이러고 논다.
1호가 2호만 했을 때 늦게 잤는데 2호도 형을 따라가고 있다.
평소엔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늦게 자는 것엔 더할 나위 없는 애정으로 의기투합한다.
귀이개를 가지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는 귀찮다 하면서도
햇볕 잘 드는 쪽을 가려 앉아
무릎에 나를 뉘여 줍니다.
그리고선 내 귓바퀴를 잡아 늘이며
갈그락갈그락 귓밥을 파냅니다.
아이고, 니가 이러니까 말을 안 듣지.
엄마는 들어 낸 귓밥을
내 눈앞에 내보입니다.
그리고는
뜯어 놓은 휴지 조각에 귓밥을 털어놓고
다시 귓속을 간질입니다.
고개를 돌려 누울 때에
나는 다시 엄마 무릎내를 맡습니다.
스르르 잠결에 빠져듭니다.
- 임길택, 「엄마 무릎」-
'오은영의 금쪽같은 내 새끼'에라도 나가봐야 할까?
아니면 내일은 무릎에 뉘여놓고 귓밥이라도 파주어야 하나?
기가 차 하면서도 애들 부모가 녀석들을 바라보는 눈길엔 귀여움으로 가득하다.
'야 이놈들아 이제 자자'하고 위엄 없는 호통을(?) 치는 아내와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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