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는 별명이 많다. '창자 없는 귀공자'라는 무장공자(無腸公子), '옆으로 걸음질 치는 횡행개사(橫行介士)' 외에도 횡행군자, 강호사자, 내황후, 곽선생 등으로 불리며 옛 그림에도 자주 등장한다.
지금은 꽃게, 그중에서도 암꽃게 철이다. 봄철 암꽃게들의 뱃속엔 여름철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가득 들어 있다. 예전엔 봄이면 서해안에 가서 주꾸미를 먹고 암꽃게를 사 오고, 가을엔 대하를 먹고 숫꽃게를 사 오곤 했지만 이제는 휴대폰으로 클릭 몇 번만 하면 밤 사이에 문 앞에 싱싱한 게 상자가 도착해 있다. 편리는 하지만 재미는 없어진 코로나 시대의 한 풍경이다.
꽃게를 주문해서 세 가지 음식, 양념게장과 꽃게탕과 간장게장을 만들었다.
양념게장과 꽃게탕은 내가 만들었고 간장게장은 아내가 담궜다.
(* 이전 글 참조 : 「게를 먹다」 )
내게 만들기 쉬운 음식은 없지만 간장게장은 어렵다. 간장을 기본으로 생강, 표고버섯, 대추, 감초 등으로 육수를 내어 붓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제대로 된 맛을 내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양념게장과 꽃게탕은 실수를 했을 때 그래도 '후보정'의 여지가 있다면 간장게장은 육수를 붓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
끓여 식힌 간장 육수를 부을 때 통 속에 배를 하늘로 향하게 눕혀놓은 게들이 다리를 꼼지락거렸다.
"어머 아직 살아 있네! 미안해서 어쩐대······"
아내가 측은한 목소리로 말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내가 안도현의 시 「스며드는 것」을 들려주자 아내는 더욱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게요리를 좋아하는 아내의 식성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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