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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LAGUNA MOUNTAIN 트래킹

by 장돌뱅이. 2012. 5. 14.


*위 사진 : 미국인들의 RV차량을 동원한 캠핑 모습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하던 게 언제였던가?
80년대 중반 이후로는 텐트를 치지 않았으니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인가보다.

그때 가족들과 바닷가나 계곡에서
며칠 밤을 보내는 수단으로 테트를 치기도 했지만
내게 텐트는 아무래도 머무르기 위한 숙소의 개념이 아니라
신속한 이동을 위한  수단이라는 보조적  개념이 강했던 것 같다.

한 곳에서 진을 치고 맛난 음식과 느긋한 휴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녁까지 걷고 수건에 물을 적셔 몸에 찌든 땀을 닦아내고
쓰러져 잠든 후 깜깜한 아침 새벽에 일어나 일단 출발을 한 후
동이 터 올 무렵 적당한 물가에서 비로소 세면을 하고 아침 취사를 하는 식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내려온 무수한 별들과 함께 했던 설악산 대청봉과 수렴동 계곡,
지리산의 노고단과 장터목, 중산리 계곡 등에서의
(그때는 텐트치는 것이 자유로운 시절이었다.) 야영이 기억에 남는다.

그 시절에 쓰던 구식 텐트와 버너와 코펠등을,
"기왕에 캠핑을 하려면 새 것으로 미국에서 다시 사라" 는
아내의 권유를 뿌리치고 미국까지 지고 왔지만, 아직 제대로 활용해보지 못하고 있다.
작년 여름 바닷가 잔디밭에 한번 설치해 본 것이 전부이다. 


*위 사진 : 미션베이에서

미국의 자연은 한국보다 야성이 강한 것 같다.
한국의 숲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이 원시 상태로 남아 있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몰고가도 아래와 같은 야생 동물 주의보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아내에게 캠핑을 주저하게 만들곤 한다.
집 주변의 도로에서도 코요테를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위 사진 : 의례적으로 붙여놓은 주의보가 아니라 새로 인쇄하여 이제 막 붙인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강한 느낌을 주었다.
                        
산사자(MOUNTAIN LION)?
처음 보았을 때 대충 고양이과의 어떤 날랜 동물로 추정은 하였지만
그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으니 크기와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았다. 


*위 사진 : 작년 말 애리조나 여행을 하면서 마운틴 라이언을 동물원에서나마 직접
               볼 수 있었고 그것의 다른 이름이 퓨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놈과 우연히 조우했을 경우
(깊은 원시의 산속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지정된 트레일이나 캠핑사이트에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가능한 몸집을 크게 보이기 위해 팔을 들거나
점퍼를 옆으로 벌리고 뒤돌아서서 도망가지 말고
눈을 마주친 채로 낮고 단호한 소리를 내어 위협을 주거나
돌을 던지라고 안내서에는 쓰여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 제 스스로도 그런 조치를 침착하게 할 수 있을런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개네들을 무서워 하는 것보다 개네 들이 우리를 더 무서워한다니까." 라는
나의 말이 아내를 안심시키지 못한다.

작년 언제인가 라구나마운틴 LAGUNA MOUNTAIN의 센셋트레일이라는
곳을 아내와 걸어보았다. 이 날은 예정 시간보다 빨리 트레킹을 마칠 수 있었다. 

산 초입에서 위 산사자에 대한 경고판을 본 뒤로
아내가 평소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올 때까지 휴식도 없었다.
바쁜 일이 있는 사람처럼 속보롤 걷는 아내의 뒷모습이 귀여워보이기도 했다.

트레킹 도중에 만난 미국인들의 다양하고 여유로운 레져생활의 모습은
어쨌거나 부러웠다. 특히 말을 타고 가는 젊은이들을 아내와 오래 바라 보았다.
말 잔등에 우뚝 올라 허리를 곧추세운 모습이 시원스럽고 인상적이었다.
프리웨이를 달리는 오프카의 모습과 함께 숲을 누비는 승마가 샌디에고의 환경과
가장 잘 어울려보인다. 더운 여름날 교통 체증으로 막히는 서울 강남의
도로 위에 서 있는 오픈카의 모습은 아무래도 고역스러워 보였었다.

곧 아내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다시 샌디에고와 미국의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할 것이다.
해변이나 산길에 텐트를 치고 거칠 것 없는 바다나
검은 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별을 바라 볼 수도 있으리라.
어서 버너를 손보고 코펠을 닦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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