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병원밥. 설혹 진수성찬이라도 병원밥이란 게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던 시절의 노점상 꼬치보다 못하겠지만, 단체 급식임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그냥 맛이 없다. 입원 초기 이틀인가 먹다가 포기하고 직접 해 먹기로 했다. 다행히 집이 가까워 후다닥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정하면 가능했다. 단조로운 병원 생활에서 그나마 우리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일과다.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집에 다녀오는 길에 어느 덧 선선해진 기온을 느낀다. 정신없이 보낸 며칠 사이에 가을이 불쑥 와버린 것 같다. 음식과 함께 이 바깥공기도 아내에게 퍼 나르고 싶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을은 얼마나 황홀한가 황홀 속에 맞는 가을은 잔고가 빈 통장처럼 또한 얼마나 쓸쓸한가 평생 달려왔지만 우리는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네 가여운 내 사람아 이 황홀과 쓸쓸함 속에 그대와 나는 얼마나 오래 세상에 머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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