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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병실에서 15

by 장돌뱅이. 2022. 8. 31.


"하늘정원에 가봤어요?"
"예, 병실에만 갇혀있다가 초록 나무들을 보니 기분이 새롭데요."

환자들의 휴식공간으로 마련된 옥상정원 이야기다.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그곳에 간다는 건 정형외과 병동에서는 거동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는 의미다. 완치는 아니더라도 퇴원이 가까운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대화다. 누워있어야 하는 아내에게는 먼 여행지 같았던, 부러움의 공간이기도 했다.

오늘 아내와 '드디어!' 그 하늘정원을 걸었다.
한번 입원을 하니 '드디어!'를 붙여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입원 전에는 그런 수식어가 전혀 불필요한, 일상이라고 이름 붙일 것도 없는 그냥 무의식적인 행위였던 일들에까지도.
몸의 기억력을 되짚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까지 몇 개의 '드디어!'가 더 필요할까?

정원을 거닐며 불과 얼마 전까지 가까이 지냈던 풍경들을 내려다보았다.
저녁 무렵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던 호수길, 이마트와 롯데백화점, 손자가 좋아하던 피자가게, 배스킨라빈스, 뚜레쥬르, 던킨도너츠, 스타벅스, 롯데리아 햄버거, 교보문고, 도서관, 뚝섬유원지, 잇타이, 송화산시도삭면, 신호등을 기다리던 횡단보도, 전철역······
그런 것들에도 '드디어!'를 붙여주고 싶다.

몸의 이동이 제한되니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풍경들이 하나하나 살갑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인생은 모두를 주지도 모두를 가져가지도 않는다" 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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