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서늘하고 차분했다. 아내에게 퇴원을 재촉하는 비라고 말해주었다.
2022년 8월 29일 19시 53분. 아내가 마침내 침상에서 벗어나 첫걸음을 걸었다. 병실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해주었고 아내는 마치 카퍼레이드를 하는 왕비처럼 손을 흔들었다.
1968년 달에 인류의 첫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이 말했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평소 대단한 명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내가 걷기 시작할 때 다소 뜬금없이 그 말이 떠올랐다.
아내의 한 걸음은 아내 자신에게, 나와 가족들에게 그리고 같은 상황에 있는 병실의 환우들에게 인간의 달착륙보다 더 실감나는 거대한 도약이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