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네가 병원에 다녀갔다. 코로나 때문에 병실에는 올라올 수 없고 일층 로비에서 잠깐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 아내가 거동을 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물론 사전에 전화를 주었다면 아마 오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오고 가는데 소비하는 시간에 비해 만나는 시간이 너무 짧아, '가성비'가 안 나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을 간파한 딸아이는 도착 10분 전에 전화를 주어 거절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덕분에 나는 한동안 영상통화로만 보던 손자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친구들을 찰지게 안았을 때 느껴지는 보드랍고 달달하고 살가운 감촉, 꼬숩고 꼬수운 냄새······
한 달 사이 손자 1호는 '형아' 티가 많이 났고 말하는 것도 의젓해졌다. 2호는 고무공처럼 통통거림이 늘어 함께 오래 놀아도 즐거울 것 같았다. 우리는 잠시 로비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주말 저녁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어 다행이었다.
아내는 입원 후 처음으로 40분 가까이 딸아이와 함께 거닐었다. 저녁 산책까지 포함하면 거의 한 시간이었다. 딸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힘이 없다, 어지럽다고 하더니 배신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놀라운 변신이었다. 딸아이네가 돌아간 뒤 나는 아내에게 즐거운 투정을 부려 보았다. "뭐야 이거? 나랑 있을 땐 늘어져서 안타깝게 하더니 딸과 손자가 오니 거뜬하게 한 시간이잖아?" 아내가 자기 등을 만져보라고 했다. 땀이 축축이 배어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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