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히틀러
1933년 나치당은 세계 최초로 '국가 동물 보호법'을 만들어 '사람은 히틀러를 싫어하지만 동물은 좋아한다'라는 말을 낳게 하였다. 실제로 히틀러는 개를 좋아했다고 한다. 유대인 학살을 총지휘한 나치 친위대장 히믈러는 '숲 속을 지날 때 풀벌레를 밟을까 봐 방울을 달고 천천히 걷는다'는 불교 승려의 말에 감동을 받아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채식을 하라고 친위대원들에게 권했을 정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은, 유럽 거주 유대인 600만 명을 죽인 이른바 홀로코스트의 광기는, 결코 히틀러와 그의 몇몇 추종자들의 성격적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독일 보수 세력과 군부·지주·대자본가들은 나치의 인종주의를 예찬했고, 독일 국민은 홀로코스트의 실상을 몰랐거나 모른 체하며 히틀러를 지지했다. 나치즘은 '모든 악의 연대'였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
일부를 제외하고 독일 국민은 나치와 맞서 싸우지 않았다. 그들이 원한 것은 '정상적인 사회, 정규적인 노동, 삶의 안전,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확실성' 같은 평범한 것이었을 테지만 절대 권력은 그것을 왜곡, 변형한 광기로 표출시켰다.
홀로코스트의 저변에는 인종주의·우생학·반유대주의 등 연관된 사상과 이론이 깔려 있었다. 나치당은 독일인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인종우월주의를 부추겨 독일 국민을 결속했고, 인종을 개량할 수 있다는 우생학을 동원해 병자와 장애인과 동성애자를 죽였으며, 유대인을 '부도덕한 기생충'이고 '극히 위험한 적'으로 보는 반유대주의를 선동해 홀로코스트를 저질렀다. 유대인을 말살하고 슬라브인을 노예로 삼아 게르만족의 세계 지배를 이룬다는 망상을 추구했다.
- 같은 책 중에서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1943년 나치즘에 저항하다 처형된 몇몇의 뮌헨 대학생과 교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8년 유신 군사독재가 사회를 짓누르던 시절 출판된 책으로 원제는 학생운동 결사체의 명칭이었던 '백장미'였으나 그 시절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호한 제목을 달았다고 한다. 나로서는 원제보다 이 제목이 더 마음에 들었다.
'백장미단'은 히틀러의 거짓과 범죄를 폭로하고자 했다. 국민을 존중하라고 주장하며 소박한 자유와 평화를 위해 말하고 헌신했다. 22살의 여학생 조피 솔은 “우리가 말하고 행동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고 싶지만 감히 발설하지 못한 것을 대신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실을 외친 대가는 게슈타포의 체포였고 죽음이었다. 학생들은 죽음의 순간까지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백장미단'이 죽음과 맞바꾼 행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유인물 몇 장을 살포한 것이 전부였다.
그들의 죽음은 어떤 작은 비판이나 반대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히틀러 시대의 독단과 야만성을 증거 했다. 그 시절 책을 읽으며 그들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로서 신선한 충격과 분노, 그리고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은 우리가 살던 유신시대가 바로 그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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