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노스쿨에서 주변 마을의 어르신을 위한 도시락 만드는 날.
내가 속한 조가 맡은 일은 새우마늘종볶음이었다.
새우을 볶고 마늘종을 데치고 양념을 만들어 함께 졸여내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었다.
다른 두 조는 오미자소스돼지갈비찜과 무생채를 만들었다.
하루종일 날이 궂었지만 시간차의 행운으로 음식 배달에 큰 문제는 없었다.
우리가 만들어 건네는 작은 도시락 하나.
뚜껑을 여는 순간만이라도 창을 흔드는 비바람을 잊을 수 있으시기를.
가난한 식구 밥 해 먹는 솥에
빈 솥에
아무도 없는 대낮에
큰 어머니가
빈 솥 한복판에
가만하게
내려놓고 간
한 대접의 밥
- 문태준, 「낮달을 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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