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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중국

1997홍콩3 - 홍콩에서 만날까?

by 장돌뱅이. 2012. 5. 29.

내가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홍콩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은
방콕과 중국의 샤먼(XIAMEN, 厦門)을 업무 출장 중이던 어느 순간이었다.
아마 나의 마음 속에 최초 홍콩을 보고 느꼈던,
빽빽한 건물들의 직선이 주는 숨막힘과 답답함이 어느 정도 가시고
홍콩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어떤 정겨움을 가진 도시로 보이기 시작한 무렵이었을 것이다.

방콕에서 일이 끝나 홍콩을 경유하여 샤먼에 갔다가 다시 홍콩을 경유하여
귀국하는 것이 나의 일정이었으므로 일이 끝나고 홍콩으로 나오는 날
식구들과 홍콩공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아내는 나와 살면서 벼락치기로 짐 꾸려 어디론가 떠나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 몇 해 동안 우리 식구는 매 주말이면 우리 국토 여행을 떠나곤 했었다.
대부분의 경우 여행은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세부 일정을 작성한 후에
떠나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때는 계획이 없다가 불쑥 떠나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예정했던 여행지를 바꿔서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했다.

딸아이가 크고 차가 생기고 난 뒤로는 준비물을 주섬주섬 차에 실으면 되었지만
딸아이가 어렸을 적, 그리고 우리가 아직 차를 갖지 못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적에는
가능한 간편하면서도 필요한 것은 다 챙겨야하는 요령이 필요했으므로
여행 짐을 꾸린다는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갓난아이의 짐은 어른
짐보다 많은 편이고 무얼 하나 빠트리게 되면 그로 인한 불편함을 이해해주는
아이는 없는 법이니까 주의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내는 서두름 속에서도 그런 일에 실수가 한번도 없었을 만큼 꼼꼼했다.    

나는 아내의 그런 신속하고 꼼꼼한 짐꾸리기 능력을 믿었기에 아내와 딸아이의 홍콩행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내가 걱정한 것은 샤먼에서 홍콩 공항으로 오는, 내가 타야 할 중국 비행기의 운항 여부였다.
별일이야 없겠지 하면서도 중국 출장 중 여러 번 결항과 지연운항을 경험해 본 터라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밖의 하늘을 쳐다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되었다.
내가 홍콩의 카이탁 공항에 도착하여 문을 나섰을 때
아내와 딸아이의 환한 미소가 거기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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