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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중국

1997홍콩4 - 빅토리아피크와 야마테야시장

by 장돌뱅이. 2012. 5. 29.

   “홍콩을 건너다본다.
   이젠 아주 밤이다. 불, 불, 불, 불......눈길이 닿는 데까지 찬란한 불빛이다.
   하늘의 별빛보다 더 곱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 중에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국에서의 만남을 자축한 우리는
해가 설핏해지면서 홍콩의 야경을 보기위해 빅토리아피크를 향했다.
홍콩섬에서 가장 높은 장소인(373미터) 빅토리아 피크를 오르게 위해선
피크트램이란 전차를 타는 것이 가장 쉽다.
이 전차는 급경사면을 타고 오르기 때문에 제법 스릴이 있다.
어른은 왕복 28홍콩달러(HKD), 딸아이는 8HKD를 주었다.

홍콩은 중국 대륙 쪽으로 붙은 구룡반도를 포함한 해안지역과 2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면적은 서울의 2배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흔히 우리가 홍콩이라고 말하는 지역은 구룡반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이와 가깝게 마주보고 있는 홍콩섬을 말한다. 이곳은 홍콩 전체 면적의 10% 정도를
차지하는곳으로 세련된 모습의 고층건물들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다.

정상에 올랐을 때 아직 주위가 밝아 우리는 피크타워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남쪽으로는 저녁바다가 몇 개의 섬을 품은 채 길게 누워있었다.
해가 떨어지면서 서쪽 하늘이 붉게 타올랐다가는 이내 분홍빛으로 사위어갔다.
먼 바다로부터 어스름이 몰려오면서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오는 저녁배들이
수묵화처럼 검게 변해갔다. 산자락 밑으로 빽빽한 아파트 숲을 제외하면 마치
우리나라 남해안같은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섬과 바다가 점차 어둠과 하나가 되었을 때쯤 우리는 북쪽 전망대로 돌아와
홍콩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이 짙어 가면서 홍콩은 그야말로 불야성으로
변해갔다. 최인훈씨의 글처럼 ‘불, 불, 불, 불......
눈길이 닿는 데까지 찬란한 불빛’이었다.
빈틈없이 들어선 세계굴지의 은행과 쇼핑센터의 마천루에서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불빛은 자본주의 위용을 자랑하듯 사진에서 본 것처럼 휘황찬란하였다.

오늘의 홍콩은 한 세기 전 아편전쟁으로 상징되는 서양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을
통해 자본주의에 편입되면서 시작된 것이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에도 그 외관이나 내용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아직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으로서도 그 특수성을 인정해야 할 만큼,
홍콩은, 단순히 그 면적의 크기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독특한 자신만의 방식을
확고히 갖고 있는 도시인가 보다.
어쨌거나 그것은 자본주의의 힘이다.
지난 세기를 통틀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려는 인간의 모든 노력은
당분간 자본주의로 귀결지어질 듯 하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은 될 거라는 변명으로.

저녁을 먹고 우리가 간 곳은 야마테 (油麻地)역 부근에 있는 야시장이었다.
세상의 어느 시장처럼 그 곳도 혼잡하고 시끄럽고 질펀하였다.
미끈한 현대식 건물의 숲속에서 아직 이렇게 왁자지껄한 옛자취가 남아있다는 것은
흥겨운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지지고 볶는 음식거리를 지나 갖가지 물품들을 파는 장삿꾼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아무 것도 사진 않았지만 잔치집에 온 것처럼 신이 났다.
세련된 모습의 거대한 쇼핑센터가 자본이란 단어가 생각나게 한다면
시장은 언제나 옷깃을 여미는 생활의 진지함과 축제의 흥겨움을 떠올리게 한다.
야마테의 야시장이 비록 관광용으로 조금 변질되었다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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