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손자저하에게 물었다.
"어린이집에선 밥(점심) 먹고 나서 뭐 하지?"
"잠 자."
"그러면 집에선 밥 먹고 나서 뭐 해야지?"
"놀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뭔가 나른한 신호가 오는지 부산하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텔레비전을 보겠다고 한다. 요즘 저하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한글용사 아이야>>다.
그리고 잠과 맞서기 시작한다. 기세 싸움은 늘 팽팽하다.
잠자리에 들기를 거부하며 저하는 버티고 또 버틴다.
가끔은 먹으면서 조는(혹은 졸면서 먹는) 신공을 보여주기도 한다.
둘째 저하의 모습은 첫째의 기억을 소환한다.
몇 해 전 첫째도 둘째와 비슷한 나이에 동일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졸고, 졸면서도 자러 가는 건 거부했다.
졸면서도 어서 밥을 먹고 키즈클럽에 가겠다는 투지를 보여주었다.
이미 여행 중 묵은 숙소의 키즈클럽을 3번이나 방문한 후였다.
두 분 저하는 잠을 맹렬, 치열, 격렬하게 싫어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우리는 저하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도 그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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