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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부추 많이 먹기

by 장돌뱅이. 2023. 10. 2.

농사라고는 전혀 모르고 자란 누나는 수년 전 서울 근교로 귀촌을 하여 지금은 제법 규모 있는 농사를 짓는 전문 농업인이 되었다. 원래는 노년에 도자기 공부를 하려고 도시 생활을 접은 것이었는데, 재미 삼아 텃밭에서 시작한 농사가 이제는 본업이 되었다.

생활 스타일도 완전 자연친화적이 된 듯했다.
아내와 내가 도착했을 때 집 앞뒷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이러면 곤충이나 벌레가 들어오지 않냐?'고 했더니 '들어오겠지. 뭐 그럼 잡으면 되지'하고 심상히 받았다. 예전 같으면 모기 한 마리에도 펄쩍 뛰며 수선을 피웠을 것이다.

작은 벌레들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작물을 심어놓은 밭고랑을 파헤치거나 새싹을 뜯어먹는 멧돼지나 고라니, 뒷마당 연못 속의 물고기까지 잡아먹는 새들의 심술(?)도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그런 동물들의 본능적인 행위가 아닌 사람들의 계획적인 절도 행위에 대해선노를 했다. 들어보니 그것은 어릴 적 삼아 한두 번씩 해보는  서리가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의 규모였다. 마을에서 떨어진 산골짜기 밭에 심어놓은 밤이나 개복숭아, 매실 등의 과일을 훑어 가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밭가에서 오랜 세월 동안 바람을 막아주며 서있던 아름다운 고목까지 밤 사이에 캐 간 도 있다는 것이다.

도시 근교 농업 이면에 숨은 애환이며 각박해져 가는 세태의 한 단면인 것 같았다.

"가게에서 파는 부추와는 다를 거야. 많이 뜯어 가!"
부추밭 앞에서 누나가 말했다. 나는 칼을 들고 난생처음 부추를 베어보았다.
바구니를 가득 채워 이만큼이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숨이 죽으면 많이 줄어든다고 더 뜯으란다.
부추는 한번 심어놓으면 가끔씩 이발을 해주어도 계속 난다며. 

책에 부추는 중국 서북부가 원산지이고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도입되었다고 하니 우리와 역사가 오래된 식재료다. 전라도에서는 '솔'이라 하고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부추는 잎이 연하고 부드러워 저장성이 좋지 못하다. 서둘러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부추가 들어간 레시피를 찾아서 며칠 동안은 집중적으로 부추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했다. 
아내는 마트 부추와는 다르게 향이 짙다고 했다. 딸아이와 사위도 좋아했다.

부추달걀볶음
부추김치
부추버섯볶음
부추된장국
부추달걀말이
부추전
부추달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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