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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운동회

by 장돌뱅이. 2023. 10. 29.

삶이란 게 
가을 운동회 날처럼
늘 마음 설레게 하는 것이었으면
끝날 무렵 누구나
공책 한 권쯤은 챙길 수 있고
누구나 가족들 앞에
햇살처럼 뻐기고 설 수 있는 그런 날
어쩌다 넘어져서 꼴찌를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위로받을 수 있고
공정한 출발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해도 좋은 달리기 시합처럼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 또한 그럴 수 있다면
진 편도 이긴 편도 모두 떳떳하게
푸른 하늘을 우러를 수 있는 그런 날들이라면


- 오성호, 「운동회 날」 중에서 - 

손자2호의 운동회 날.
만국기 아래 서 본 게 얼마만인지. 

손자1호와 함께 춤을

'조학부모'라는 말이 통용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일까?
행사 프로그램에 할아버지 할머니 차례도 들어있다.
당연히 가족 참가 행사도 있어 손자1호는 형으로서 자못 비장한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손자1호의역주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2호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할아버지랑 집에 가서 놀고 싶다고 억지를 부리다간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도 등 떠밀려 마지못해 달리기 시합 대열에 서더니 골인지점 근처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곤 늦은 출발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비록 나를 향해 달려오느라 골인 테이프를 통과하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Born of Butterfly

잔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로서는 운동회  2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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