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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이태원 참사 1주기

by 장돌뱅이. 2023. 10. 30.


네가 떠났으므로

꽃이 필 필요가 없다

네가 떠났으므로

해가 질 필요가 없다

네가 떠났으므로

눈물 흘릴 필요가 없다

네 눈으로 보았고

네 목소리로 말했고
네 마음으로 느꼈고
네 입맛으로 먹었고
네 말로 나는 살았다

네가 떠났으므로

나는 죽을 수도 없다

네가 떠났으므로

나는 이미 내가 아니기에

남은 건 다음 생이기에

- 백무산, 「네가 떠났으므로」 -


 '너를 떠나 보내 이미 내가 아닌 사람들'을 가까운 곳에 두고 구태여 먼 곳까지 가서, 그것도 일반 신도들도 없는 교회에서 나 홀로(혹은 자기들끼리만) 추도하고 애도하는 모습은 기괴해 보인다.
그걸 두고 '추모, 애도하는 마음은 전국, 세계 어디서나 같을 것'이라고 덧붙인 해석은 잠꼬대 같다.
일 년 전 위패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를 차려 슬픔도 서둘러 '독점하던' 모습과 닮아있다.

적어도 공감과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행동이나 말이 아니다. 떠난 이들을 모욕하고 남은 사람들을 할퀴는 일방적이고 (그들의 표현대로) '정치적인' 추도와 애도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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