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저하와 매일 하는 놀이를 또다시 반복하고 있는데 창밖이 환해졌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다 탄성을 질렀다. 첫눈이었다.
저하는 처음 보는(처음이라고 기억하는) 눈에 관심을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무언가를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기해 했다. 눈을 바라보느라 하던 놀이를 잠시 멈출 정도였다.
점점 자욱해지는 눈을 바라보며 괜히 신이 난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뛰어 다녔다.
저하는 가사를 모르면서도 흥이 나서 따라 불렀다.
펄펄 눈이 옵니다 / 바람 타고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 송이송이 하얀 솜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펄펄 눈이 옵니다 /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어릴 적엔 첫눈이 내리면 눈을 받아 먹으려 입을 벌리고 뛰어다녔다.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저하와 밖으로 나가 눈 속을 뛰어다니고 싶었지만 기침 증세가 있어 안에서만 바라보아야 했다. 잠깐 제법 맹렬하게 내린 첫눈은 지상에 닿으면서 녹아버려 눈이 멈추자 언제 눈이 왔냐는 듯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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