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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그래도 우선 오늘 할 일은

by 장돌뱅이. 2023. 12. 24.

세상이 잘 다스려질 때의 노래는 편안하고 즐거우니 그때의 정치는 화애로우며,
세상이 어지러운 때의 노래는 원망하고 노여우니 그때의 정치는 잘못되어 있으며,
나라가 망할 때의 노래는 애처롭고 생각에 잠기게 하니 그때의 백성들은 곤궁에 빠져 있다.
(治世之音   安而樂   其政和
 亂世之音   怨而怒   其政乖
 亡國之音   哀而思   其民困)

노래가 한 세상을 반영한다는 중국의 고전『시경(詩經)』대서(大序)에 나오는 구절이다. 
오늘 우리가 거리에서 부르는 '원망과 노여움'의 노래가 바로 그렇지 않은가.

행진 중에 들린 이태원 '그 골목'. 아내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오래 서있었다.

삼각지 역에 나가 집회를 하고 녹사평-이태원을 거쳐  한강진역까지 행진을 했다.
2016년에서 2017년에 걸친 겨울 내내 반복했던 일이다.
어쩌다 이런 걸 다시 또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는지 생각하면 한심스럽고 짜증도 난다.
한다고 그때처럼 극적인 어떤 변화가 있을지 확신이 잘 서지도 않는다.
어쩌랴. 그래도······

씻어 내면 또 / 몰려들 올 텐데, //
씻어 내면 / 또 열흘도 못 가 / 모여들 올 텐데,//
(···)//이틀도 못 가 / 검은 찌꺼기들은/또
몰려들 올 텐데,//
그러나, 내일/새 거품 모여 올지라도 /우선, 오늘/할 일은//
씻어 내는 일,/저 하늘의 검은 찌꺼기/오늘 할 일은 모두/씻어내는 일

- 신동엽의 장시, 「금강」중에서 -

허리 문제로 그동안 집회에 참석 하지 못했던 아내가 핫팩을 붙이고 나서며 결기를 세웠다.
"내가 나가니 이제 니들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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