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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굴의 계절

by 장돌뱅이. 2023. 12. 23.

'우윳빛 꽃(石花)'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서양에서는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May, June, July, August)에는 먹지 않는다. 'R'자가 들어 있어도 4월과 9월에도 먹지 않는다. 더운 계절이라 상하기 쉽기도 하고 독소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보리이삭이 팰 때부터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않는다는 우리의 생활 지혜와도 일치한다.
결국 굴은 10월부터 3월까지 먹는다.  하지만 한 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가 맛도 효능도 최고다.

"Eat oysters, Love longer."
속담에 보듯 굴은 서양에서  사랑의 묘약, 흔히 말하는 정력제로 인식되었다.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입에 오르내리는 18세기 이탈리아의 카사노바는 하루 50개씩의 굴을 매일 먹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굴에는 남성호르몬 합성과 정자 생성에 필요한 아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연은 또한 몸속 피로물질과 독소성분을 제거하는 기능도 있다. 거기에 굴에는 각종 비타민에 철분, 구리 성분도 많다. 고기잡이집 딸은 얼굴이 까맣지만 굴집 딸의 얼굴이 하얗다는 말에는 그런 이유가 있다

올 겨울 처음으로 굴을  조금 샀다. 반은 전으로, 나머지는 생굴로 초고추장을 만들어 찍어 먹었다.
굴전은 고소하고 생굴에선 향긋한 바다향이 났다. 한번 시작했으니 겨울을 지나면서 굴은, 
전과 생굴로 그리고 굴밥과 굴국으로,  몇번 더 밥상에 오를 것이다. 굴은 어떤 요리에도 본연의 향을 잃지 않는다.

아내와 시청 근처 식당에 가서 한두 번 굴보쌈을 먹는 일도 올 겨울에 할 일이다.

 

어쑤언(ออส่วน)

바야흐로 굴의 계절이다. '나 혼자 단골(?)'로 생각하는 곳에서 굴을 주문하여 날로도 먹고, 굴국과 굴밥으로도 만들어 먹었다. 남은 것으로 태국 굴전이라 할 어쑤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어쑤

jangdolbange.tistory.com

만약에 태국 방콕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기면 태국식 굴부침인 "어쑤언"도 빼놓지 않을 것이다.
아니 집에서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굴을 싫어하는 딸아이도 "어쑤언"만큼은 좋아한다.
계절은 제철 음식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겨울에서 굴의 향과 맛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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