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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민주주의 병폐에 대한 해결은 더 많은 민주주의로!

by 장돌뱅이. 2024. 1. 19.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세 번째 인용을 한다.
먼나라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이 낯설지 않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은 탓이다.
 
바뀐 대통령 하나가 이렇게 '꼼꼼하게' 세상을 망쳐놓을 수 있는데 이전 정부는 왜 그걸 안 했던 걸까?
너무 '착한 컴플렉스'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일까?
오랜 세월동안 쌓여온 적폐를 도려내기 위해선 지금 저들처럼 지저분하게 싸웠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지인과 투덜거린 적이 있다. 

그러나 책은 "민주주의 병폐에 대한 해결책은 더 많은 민주주의"일 뿐이라고 한다.
시인 김수영식으로 말하자면,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찬 우리들의 싸움은 "민주주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 식으로 싸워야 한다."
어렵다. 진지한 고민을 통과하지 않고 얻어지는 지혜는 없을 것이다.

홍성담 판화

트럼프는 <뉴욕 타임스>와 CNN과 같은 주요 언론이 '가짜 뉴스'를 퍼 뜨리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계속 주장했다. (···) 2017년 2월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언론을 '미국 국민의 적'이라고 불렀다. (···) 트럼프는 또한 정치 예의라고 하는 기본적인 규범도 저버렸다. 그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힐러리를 공격함으로써 선거 후 화해의 규범을 깨트렸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이 전임자를 공격하지 않는 불문율도 어겼다.  2017년 3월 4일 아침 6시 25분에 트럼프는 이런 트윗 메시지를 날렸다. "끔찍하다! 오바마가 트럼프 타워에 있는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을 당선 직전에야 알았다. 그는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매카시즘이다."

트럼프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이러한 성향은 2016년 선거 운동 기간에 분명히 드러났다. <폴리티팩트 PolitiFact>는  트럼프의 공식 발언 중 69%를 "대부분 거짓"(21퍼센트), "거짓"(33퍼센트), "새빨간 거짓"(15퍼센트)로 분류했다. "진실" 혹은 "대부분 진실"에 해당하는 발언은 17퍼센트에 불과했다. 트럼프의 거짓말은 대통령 취임 후에도 계속되었다.

언론의 독립은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는 방어막이다. 어떤 민주주의도 언론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워싱턴 이후로 모든 모든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 싸움을 벌였다. 실제로 많은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언론을 싫어했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 없이 언론을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으로 인정했고, 정치 시스템 안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위상을 존중했다. 개인적으로 언론을 싫어한 대통령조차 공식 석상에서만큼은 존중과 예의로 언론을 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기자회견장에 일부 기자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법으로도 규범을 파괴했다. 2017년 2월 24일 션 스파이서(Sean Spicer) 공보 담당 비서는 <뉴욕 타임스>, CNN, <폴리티코>, 버즈피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자들은 TV로 중계되지 않는 "비공식 기자 회견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워싱턴 타임스>나 OANN과 같은 우호적인 소규모 언론사 기자를 선별해서 초청했다. 이와 유사한 선례로  닉슨 행정부가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폭로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막았던 것이 유일하다.

민주당이 '공화당처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 외국 사례들은 이러한 대응 전략이 오히려 전제주의가 등장할 가능성을 높여주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전제주의 행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의회와 법원, 그리고 선거를 통해 저항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를 기반으로 트럼프가 실패하게 만들 수 있다면 미국 민주주의 토양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는 저항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의 저항은 기본적인 권리이자  중요한 책임이다. 하지만 저항의 목표는 권리와 제도를 뒤엎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1960년대 흑인 저항 운동에 관한 주요 연구에서 정치학자 오마르 와소(Omar Wasow)는 흑인이 주도한 비폭력 저항 운동이 워싱턴에서 시민권 문제의 중요성을 높였고, 또한 대중의 지지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폭력적인 저항은 백인들의 지지를 위축시켰고, 1968년 선거 판세를 험프리에게서 닉슨으로 기울이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반트럼프 세력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광범위한 연합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 정치 노선이 비슷한 집단 간의 연합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연합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온전히 지켜낼 수 없다. 가장 효과적인 형태는 서로 이질적인, 그리고 여러 사안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집단이 하나로 뭉쳐지는 연합이다. 이러한 연합은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 물론 부자연스러운 조합을 극복하고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일은 무척  힘든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동안 관심을 쏟아왔던 다른 사안을 잠시나마 제쳐두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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