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른바 '사생팬'까지는 아니었다. 언젠가 대학로에서 그의 아내 전혜진이 주연을 맡은 무슨 연극인가를 보러 갔을 때 객석에서 그를 본 것, 공연히 내가 놀라서 엉겁결에 인사를 건네고 그가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답해 준 것을 굳이 인연으로 친다면 '억지' 인연인 연예인이었다.
안타까운 그의 소식이 전해진 작년 말 이후 그의 작품을 일부러 찾아 보았다. 아내와 함께 일반팬이 할 수 있는 '추모'의 의미였다. 영화를 보며 아내는 자주 '에고... 에고...' 하는 한숨과 탄식을 흘렸다.
처음 보는 것도 있고 다시 보는 것도 있었다. <<알포인트>>, <<임금님의 사건수첩>>, <<끝까지 간다>>, <<악질경찰>>, <<화차>>, <<기생충>>, <<내 아내의 모든 것>>, <<성난 변호사>>, <<우리 선희>>, <<킹메이커>> 등등. 재작년인가 보았던 TV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검사내전>>은 시간 관계상 다시 보진 않았다. 지인 중에는 '인생 드라마'로 <<나의 아저씨>> 꼽는 사람도 있다. 유작이 된 그의 영화, <<탈출>>과 <<행복의 나라>> 두 편도 극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지난 12일 오전 사람들은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배우 L 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라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이후 두 달여간 경찰의 수사 방식과 수사 정보 누출은 적법했는가, 개인의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노출시킨 언론과 미디어의 행태는 정당했는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뤄졌는가를 물었다.
단골 돼지국밥집엔 국밥을 먹으러 가는 것이지 문지방 너머 사장님의 안방을 기웃거리러 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배우는 영화와 무대를 통해 연기를 공개하고 공유할 뿐 그의 일상은 전적으로 그만의 삶이고 독립 영역이다. 하물며 석연찮은 의도로 그를 공개된 자리에 세우고 수사하는 것도 모자라 내밀한 사생활까지 부풀려 세상에 까발리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성명서 이후 수사 당국이나 언론에서 자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적법'과 '정당'을 이야기하며 이선균 배우의 죽음과 선을 그었을 뿐이다.
이번에 본 영화 중에는 <<기생충>>, <<화차>>, <<끝까지 간다>>가 두세 번 보는 것임에도 제일 좋았다. 영화 제목 <<화차(火車)>>는 원래 불교 용어로 '나쁜 짓을 한 악인을 지옥으로 데려가는 불타는 수레'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선균에 대한 추모는 이 시대의 그런 '기생충' 따위를 '화차'에 실어보내는 것으로 완결지어야 할 것이다. '끝까지 가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