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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서울상상나라와 눈썰매장 그리고···

by 장돌뱅이. 2024. 2. 1.

손자저하1호가 집에 오는 날.
시중을 들어야 하는 부담이 커지면서도 아내와 내가 행복해지는 날.

미리 예약을 해두었던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서울상상나라"를 다녀왔다.  빛과 소리, 물과 에너지의 특성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구와 장치가 준비되어 있는 곳이었다. 저하는 지난번 "어린이박물관"보다 이곳이 좋다며 잠시도 쉬지 않고 지하층에서 3층까지를 오르내렸다.

눈 썰매장.
딸아이가 지금의 저하 나이 때 태워준 이후 무려 30년 만이다. 
썰매 대용의 튜브를 끌고 언덕을 걸어올라 (저하는 거의 나에게 이 일을 맡겼다. ) 다시  눈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무한반복에 열기로 얼굴이 빨개지도록 잠시도 쉬지 않는 저하의 모습은 오래전 딸아이를 닮아 있었다. 이름난 놀이동산의 럭셔리 눈썰매장은 리프트를 타고 오른다고 하지만 이곳은 그런 시설이 없어도 여느 날과 달리 손님이 거의 없어 지체하지 않고 바로바로 내려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매주 2박3일 일정이 이번엔 갑자기 저하의 축구 시합이 잡혀서 1박2일이 되었다.
예정했던 식사 횟수도 줄여야 했다. 준비한 차림표에서 저하가 좋아하는 것을 골랐다.
아침은 팬케이크와 캐나다를 다녀온 지인이 선물해 준 메이플 시럽을 메인으로, 사과와 소시지를 곁들였다. 저하는 엄지척으로 나의 노고를 치하해 주었다.

점심은 늦은 아침으로 배가 불러 콘스프로 가볍게 먹었다. 대신에 저녁은 저하가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부터 애용하는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볶음밥, 짜장면을 포장해다가먹었다. 

저하의 집으로 가는 동안 차 안에서 1호저하에게 '1박2일 동안 할아버지와 충분히 놀았으니 집에 가면 할아버지가 동생과 놀 수 있도록 양보를 해달라'고 했다.  저하는 마지못한 어투로 윤허를 했다.
도착하니  2호저하가 기다리고 있었다.
딸아이는 두어 시간 동안 '할아버지 언제 와?'를 30번 이상 물었다고 했다.
2호가 품에 안기며 말했다.
"난 할아버지랑 놀고 싶은데 할아버지는 왜 형이랑만 많이 놀아?"

두 명뿐이지만 워낙에 강력한 '사생팬(?)'들이라 공평하게 팬 서비스를 배분하기가 늘 어렵다.

뒷날 1호저하는 아침부터 15분 경기를 8게임이나 강행하는 강철 체력을 보여주었다.
나는 하루 전 눈썰매장의 언덕을 오르내린 탓에 피곤해진 다리 때문에 느릿느릿 지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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