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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손자저하들의 운동

by 장돌뱅이. 2024. 2. 26.

1호는 축구광이다. 
장차 손흥민 같은 축구선수가 되어 나라를 빛내겠다고 유치원 졸업 때 선언(?)했을 정도다.
처음엔 취미반에서 시작했지만 작년엔가 60명 후보 중에 20명을 뽑는 테스트를 거쳐 선수반에 들게 된 후론 자부심이 '뿜뿜'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연습을 하러 간다.
한 번은 연습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온 저하에게 '너무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이 정도는 선수반에게 기본이라는 듯이 대답도 자못 기세등등했다.
"할아버지, 나 선수반이야."
(요즈음은 매일매일 비행기를, 그것도 오래 탈 수 있다는 사실에 기장으로 꿈을 바꿀까 고민해보고 있는 중이긴 하다.)

저하가 주말에 12개 팀이 참가하는 유소대축구대회에 출전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치 월드컵에 나가는 국가대표마냥 긴장감을 보이면서도 투지를 다짐하며 경기장으로 향했다. 결과는 2무1패로 예선 탈락을 했다. '그때 이랬어야,저랬어야 했는데··
····',  저하는 집에 와서까지 아쉬운 표정으로 게임 복기를 반복했다. 

형아가 축구를 하는 동안 2호는 나와 집에 있어야 했다.
2호의 목소리를 빌려 형아에게 큰 소리로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을 보냈다.
"형아, 축구 잘 해야 되요!"

집에서 나는 2호에게  세발자전거를 가르쳤다. 이제까지 저하는 발로 자전거를 밀고 다녔다. 
가끔씩 뒤로 가는 오작동을 일으키긴 했지만 저하는
생각보다 쉽게 페달을 돌리는데 적응을 했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자전거를 타러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구부러진 경사로에서
꼬마가 세발자건거를 타고 내려오다
콰당 넘어진다
직진하려는 가속도의 힘과
왼쪽으로 트는 힘 사이의 균형을
아직 조절할 능력이 없는 꼬마

넘어져 엉엉 울던 아이는
다시 세발자전거를 끌고
처음 출발했던 경사로 위쪽으로 간다
앙다문 입으로 앞을 노려보며 쒜에엥 다시 내려온다
또 꽈당 넘어진다

브레이크가 없으니 땅을 디뎌가며
페달을 발로 힘껏 밀다가
아예 다리를 쫙 벌려 발을 떼기도 하고
몸을 왼쪽으로 기울여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넘어지고 까진 무릎에 빨간 꽃 피우며
아까와는 또 다른 모양으로
끝끝내 타고 또 탄다

이제는 자전거가 너무 작아진
저 거대한 꼬마

- 이병승,「세발자전거」-

나에게도 손잡이에 화려한 색동비닐이 달린 세발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어슴프레 남아 있다. 이제 세상살이로 '거대해진 꼬마'는 세발자전거의 기억을 돌아보며 아득하고 빠른 세월을 새삼스레 가늠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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