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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2월29일

by 장돌뱅이. 2024. 2. 29.

니콜라이 야로센코, <삶은 어디에나 > 1888

처음 그림을 대했을 때, 창고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설명을 보니 시베리아로 실려가는 수송 열차 속 죄수들이라고 한다. 아마도 러시아의 차르(tsar)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를 실현시키려 했던 혁명가들일지도 모르겠다.

열차가 잠시 정차하는 동안 천진난만한 아이는 빵 조각을 비둘기에게 나눠주고 있고 죄수 가족과 동료인 듯한 사람들이 이를 보며 웃고 있다. 기차의 안쪽에 제모(制帽)를 쓴  사람은 죄수들과 동떨어져 시선을 반대편으로 둔  채 서 있다. 기울어가는 전제 정권의 말단 호송 책임자라도 되는 것일까? 죄수들의 분위기는 여유롭고 화기애애한 반면 검은 실루엣의 사내는 침울하고 외로운 독불장군처럼 보인다.

험난한 유형 생활을 떠나는 처지임에도 사람들의 표정은 절망스럽거나 너무 비장하지 않다.
사람들의 편안한 시선이 모인 곳에는 새들이 날갯짓을 하면 빵을 쪼아 먹고 있다.
그곳엔 남루한 기차의 쇠창살도 어쩌지 못하는 활기와 화사한 햇살이 가득하다.
삶의 어디를, 혹여 어떤 굴곡을 지나도 비출 것 같은 따사로움으로.


4년마다 한 번 온다
어디서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온다
안 기다려도 온다
2월 29일 같은 것
난 꽃을 심다 다쳤다우
겨자씨 하나같이

풍란의 자리같이

산다는 게 묘기다
고백건대 기다리면 외롭다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 김승희, 「2월 29일」-

어디서 오는지 모르고, 외롭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것.
오늘 오지 않는다고 해도 기다리고, 내일도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고도' 같은 것.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오는' 것.
 4년에 한 번
꼬리뼈처럼 붙은  2월 29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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