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망령들의 무덤을 파내어 해괴한 분칠로 재활용을 하고, 독도를 국토에서 지우는가 하면, 식민지의 수탈과 폭력과 학살을 근대화로 왜곡하고, 횟집 수조의 물을 퍼마시며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괴담이라 윽박지르는 저들도 오늘 기념식 장에서는 독립, 민족, 조국, 통일같은 말을 입에 담을까?
"저 왜적들은 조금 강성함을 믿고 기세가 교만하여 이웃 나라를 협박하는 것을 능사로 하며, 맹약(盟約) 파괴하는 것을 장기로 삼아 이웃의 의리와 각국의 공론도 돌보지 않고 오로지 나라를 빼앗으려는 방자한 짓을 꺼리지 않습니다. ······마땅히 먼저 박제순 이하 다섯 역적의 머리를 베어 나라 팔아넘긴 죄를 밝히고······"
1905년 을사늑약에 분노하여 면암 최익현이 쓴 「請討五賊疏(오적들을 처단할 것을 청하는 상소문)」의 단호한 결기는 아니더라도 시인 신동문 식(式) 절규는 있어야 할 것 같은 삼일절이다.
꿈속에서도/ 잠을 못 잔다./ 한낮에 디딘 땅도/ 믿을 수가 없구나
어찌 되어 가는 거냐/ 아아 내 조국
우리 머리 위/ 저기 푸른 하늘에/ 휘날리는 깃발을/ 오늘도 누가/ 제멋대로 오르내린다.
어찌 되어 가는 거냐/ 아아 내 조국
지금은 우리 땅/ 다시 찾은 들판에/ 봄은 오건만/ 풀리잖는 마음은/ 어둡기만 하구나
어찌 되어 가는 거냐/ 아아 내 조국
내 조국아/ 가난하고 순하고/ 그나마 어린 나라/ 내 불쌍한 조국/ 너는 언제까지 슬퍼야 하느냐/ 너는 무엇 때문에 시달려야 하느냐
무명자락으로/ 가린 소박이었고 호미로 진종일/ 땅이나 파고
동치미국 마시는/ 밤마실도 단란한/ 순하디 순한/ 우리들에게/ 이 슬픔을 갖고 온 건 그 누구인데/ 이 아픔을 마련한 자는 그 누구인데
조용한 후방/ 따사로운 마음길을/ 전쟁도 적도 없이/ 한밤중을 짓밟듯 지나가는/ 군화의 발굽소리가/ 너는 두렵지 않느냐/ 내 조국아
더더구나/ 밤낮없이/ 앞으로 갓/ 뒤로 갓/ 사슬보다 무거운/ 호령이 뒤바뀌는데/ 너는 답답지도 않느냐/ 내 조국아
그리고/ 죄도 벌도 없는/ 우리의 입 귀 눈을 막고/ 후렴이나 부르며/ 따라오라는데/ 너는 분하지도 않느냐/ 내 조국아
아니면/ 낡은 망령/ 탐욕한 정상배(政商輩)가/ 헐벗은 국토에서/ 또 다시 아귀다툼/ 투전판을 벌이는데/ 너는 억울하지도 않느냐/내 조국아
더더구나/ 노회한 매국의 무리들이/ 민의를 가장한 프라카드를/ 서울의 복판에 내저으며/ 국민을 혼란으로 우롱하는데/ 너는 슬프지도 않느냐/ 내 조국아
내 조국아/ 더는 참지 말아다오/ 더는 잠자지 말아다오/ 우리의 땅. 우리의 하늘,/ 하다못해 터럭하나라도/ 우리의 것은/ 우리의 손으로 만져야 한다./ 우리의 것은/ 우리의 마음으로 다뤄야 한다./ 우리의 것은/ 우리의 몸으로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전부의 손으로/ 우리들의 기(旗)를 꽂아야 한다/ 그 하늘, 우리 깃발 아래서/ 합창을 하자/ 낭낭히 조국의 이름을 부르는/ 단란한 목청의 합창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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