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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멕시코 및 중남미

깐꾼 CANCUN 에서 놀다1 - 상견례

by 장돌뱅이. 2012. 6. 4.

연말.
한 해 회사 살림살이를 돌아보니 썰렁했다.
온 세상이 다 아는 불경기라지만
'마당쇠' 노릇의 월급쟁이로서는 연달아 이태 동안
그놈의 시절 타령만 수리성으로 읊어대며
무사태평의 모르쇠로 지내기는 낯간지러운 노릇이었다.

별 성과가 없기에 더 애달복달해야 했던 한해는
숨가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보다
더 무겁게 몸과 마음을 짓누르며 흘러갔다.

원래 차를 운전하여 미국 중부 내륙쪽 깊숙한 곳을 돌며 연말 휴가를 보내려 했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차를 몰아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이것도 나이 들어가는 징후인가?"
억지 동의라도 받으려는 듯 아내에게 말을 했지만 그보다는
불경기의 후유증이라는 편이 더 타당할 것 같았다.  

그때까지 틈 나는 대로 준비해왔던 미중부에 대한 일정표와 자료를
없던 일로 돌리며 느긋하게 쉬는 휴가로 계획을 바꾸었다.
멕시코 깐꾼이 떠올랐다. 미국에 살면서 언젠가는 다녀오리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날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세상살이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깐꾼 출발 불과 이삼 일 전의 일이었다.
힘들지 않을까 염려했던 항공기 예약과 호텔 예약은 예상 외로 순조로웠다.
연말이라는 성수기를 고려할 때 그것 역시 불경기의 덕(?)으로 보였다.

서두른 탓에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항은 현지에서 벼락치기로 해결하기로 하고
아내와 나는 짐을 꾸렸다. 차로 이동하는 여행과 비행길로 가는 여행의 준비물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행지의 계절이 겨울에서 한 여름으로 바뀌면서
이전에 염두에 두었던 준비물은 전혀 소용이 없게 되었다.

샌디에고공항을 떠나 휴스턴 HOUSTON 에서 비행기를 바꾸어 타고 깐꾼으로 향했다.
공항셔틀버스를 타고 해변의 숙소인 매리엇 까사마그나 MARRIOT CASAMAGNA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이었다.

 

 

동남아의 저녁처럼 후끈한 기온은 아니었지만 샌디에고에서 입고 온
옷이 거추장스럼게 느껴질 정도의 날씨였다.
곳곳에 크리스마스캐럴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짐을 풀고 우리 숙소와 한 계열로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
JW MARRIOT 의 이태리식당 구스티노 GUSTINO 에서 식사를 했다.
멕시코 코로나CORONA 맥주와 데까떼 TECATE 맥주로 우리의 도착을
자축하기도 했다.

"살룻 SALUD!"

 

 

 

우리에게 피안과 같은 시간을 베풀어줄 다가올 며칠이    
창고에 그득히 쌓여 있는 보물처럼 포만감을 주는 저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밤바다로 나갔다.
밝은 태양 아래 마주해야 할 깐꾼의 바다지만  
조급한 마음에 상견례를 서두르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바다는 춤을 추듯 출렁이며  기운차게 바람을 실어왔다.
캐리비안 CARIBBEAN 해의 첫 내음이 얼굴에 가득 부딪혀 왔다.
우리는 깊은 들숨으로  한껏 가슴을 부풀려 보았다.

그래 지금 우리는 깐꾼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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