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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칼림바 재도전

by 장돌뱅이. 2024. 4. 19.

몇 해 전 도전했다가 중도 포기를 한 칼림바는 지금 책장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초보도 문제없다는 지인들의 '뽐뿌질'에 넘어가 동호회에서 야심차게  시작했건만 게으름과 무재주의 천성에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악보와
없는 집 제사처럼 자주 돌아오는 모임 날짜가 부담스러워졌다.

같이 시작한  초보 동기들은 착실하게 연습해서 <만남>이니 <아침이슬>이니를 익숙하게  연주하여 봉사활동까지 나가는데 나만 혼자 '떴다 떴다 비행기' 수준을 맴돌았다.
슬슬 적당한 탈퇴 기회를 엿보다가 모임 일자가 변경되는 것을 핑계로 자진 퇴사(?) 하고 말았다. 

한 달 전쯤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칼림바 강좌를 발견했다.
강의 장소가 집 근처에서 멀지 않은 데다가 무료였다.
"칼림바, 봄을 열다"라는 강의 제목도 상큼하게 느껴졌다. 
'그래? 다시 한번 더 도전해 볼까?'
나는 칼림바를 꺼내 먼지를 털었다. 

오늘 첫 강의 내용과 나무위키를 참고로 칼림바에 대해 알아보았다.

칼림바(Kalimba)는 원래 아프리카의 원시적인 악기로 이켐베, 리켐베, 음비라(mbira), 음비라후루, 아코고, 산자, 마테페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가 서양음계를 연주 가능하게 개량하여 현대화시킨 것이다.
서구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침략하던 18세기에는 조상이나 토템과의 영적 교류를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로 선교사들에 의해 부정시되기도 했지만, 영국의 민속 학자 휴 트레이시(Hugh Tracey)가 재발굴하고 보급하면서 널리 퍼졌다. 본래 정해진 치수나 형태의 제약이 없어 개인의 기호나 부족의 색채로 장식되는데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통조림 깡통을 이용한 재활용 칼림바도 많이 만들어진다.  

전통적으로 3~14개의 떨림판으로 구성되며 몸체는 종려나무껍질, 등나무, 대나무 등이 자주 이용된다. 금속판을 배열, 조립한 뒤 두 손가락을 이용해 떨림판을 뚱기며 몸체 부분으로 울림을 만들어내는데 이 악기를 연주할 때는 둥근 바가지 안에 넣어 그 울림을 증폭시킨다. 소리는 맑고 깨끗해서 오르골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2020년을 전후해서 유튜브 음악 채널을 필두로 여러 가지 새로운 악기가 주목되면서 칼림바도 유명해졌다. 본래 악기의 음색이 맑고 귀여운 데다 방에서 연주해도 층간소음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음량이라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강제로 집콕하는 이들에게 힐링 취미로 소개되기도 했다. 일단 악기가 갖춰지면 연주에는 크게 어려운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양손의 손톱만 살짝 길러두면 악기 택배를 뜯은 지 한 시간 안에 간단한 동요 정도는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악기다. 

다양한 형태의 칼림바

물론 자동차 역사 잘 안다고 운전 잘하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 역사를 꿴다고 SNS 잘하는 것은 아니듯이 칼림바 역사와 특성을 기억하는 것은 칼림바 연주와 아무 상관이 없다. 기타보다는 쉽지 않겠냐고 생각했던 칼림바는 무재주인 나로서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합주나 반주음악(MR)에 맞추는 일은 또다른 고난이었다.

당연하게도 연주는 머리가 아니라 몸의 기억이었고 몸의 기억은 연습으로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근육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무(모)한 도전'이 될지 모르는 또 한 번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언젠가 먼 여행길 어느 낯선 목로주점에서 술  한 잔을 앞에 놓고 칼림바로 옛 노래를 연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면서. 

눈먼 소녀의
슬픈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는
머나먼 서역 땅
실크로드의 시장 한 귀퉁이 목로주점에 나는 앉았다
님과 이별하던 강 언덕 버들가지처럼
하늘하늘 휘늘어지는 가락으로
뽑아내는 저 악기의 이름은 무엇인가
낮에 그토록 붐비던 장사치들 다 어디 갔나
한 잔 맥주를 부어놓고
나는 무심코 하늘을 본다
오, 누구인가
나를 줄곧 내려다보고 있었구나
요염한 얼굴로
가느다란 눈 배시시 뜨고 있던 
실크로드의 그 여인

- 이동순,「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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