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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터어키

우연한 터키 여행 3. - 터키 횡단 24시간

by 장돌뱅이. 2005. 2. 25.


* 위 사진 : 이스탄불 OTOGAR 버스터미널
        
원래는 요르단을 통해 이라크로 들어가는 것이 통상적인 경로지만 앞서간 사람이 이라크 내의 고속도로 상에서
강도를 당했다면서 터어키를 통해 들어오라고 권하는 통에
경유하게 된 이스탄불이었다.

이라크에 가까운 국경 부근의 도시 MARDIN까지는 비행기가 연결되나 그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이틀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기다리느니 버스라도 타고 이동하자는 결론이 쉽게 만들어졌다.

ISTANBUL OTOGAR 터미널 출발 낮 12:20분.
이라크와의 국경지대인 SILOPI까지는 2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내게 만 하루의 이동 시간은 그리 끔찍할 정도의 지루한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5시간이면 국토 종단을 할 수 있는 반 토막의 한국에 살아온 내게 24시간을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은 설레는 여정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한 질주의 꿈’이었다.
평소 물리적인 크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진 않았지만 광활한 국토를 가진 터키가 부럽기도 했다.


*이라크 국경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본 노을.

ISTANBUL 12:20 출발
IZMIT      14:10
HENDEK   15:03
DUZCE     15:20
BOLU      16:46
ANAKRA   19:00
AKSARAY  22:20
ADANA
GAZIANTEP
SANLI URFA

이튿날
MARDIN    09:30
NUSAYBIN 10:30
SILOPI     12:20 도착


*우리가 24시간을 타고 간 버스 .

앙카라를 제외하곤 처음 들어보는 지명의 이정표가 차장을 스쳐 갔다.
그와 더불어 산악지대와 건조한 황무지지대, 검붉게 파헤쳐져 비옥해 보이는 농토지대,
양 떼와 말 목장이 있는 초원지대와 노랗게 익어가는 나무숲이 번갈아 가며 혹은 뒤섞여 지나갔다.


*휴게소의 달.

저녁이 오고 이어 밤이 왔다.
버스는 달빛이 은색으로 반짝이는 호수 곁을 지나기도 하고  
잠시 휴게소에 쉬었다 간 다시 막막한 어둠 속을 달리기를 반복했다.


*우리에게 많은 먹을 것을 주며 친절히 대해 줬던 터키인 ERKEK부인(우측)과 그녀의 언니.

버스 안에서 우리는 동승한 터키 사람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먹을 것을 무엇이건 나누어주었고 눈빛을 마주칠 때마다 정감 어린 미소를 보내주었다.
특히 ERKEK이라는 이름의 중년의 여인은 나에게 유별나게 다정하여
동행한 일행들로부터
아무래도 마음이 있어 그러는 것 같다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온 MRS MALLAH와 그녀의 딸 MS RAGHAD.

그 버스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라크인이 타고 있었다.
이라크인 MR MALLAH와 그의 가족이었다.
신장계통의 전문 의사로 잠시 식구들과 주변 국가를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들이 요긴할 때마다 통역을 해주어 버스 안의 분위기는 더욱 정겨운 것이 되었다.
바그다드의 안전 문제를 묻자 그는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이후 10월 중순경부터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활동이 강도를 높여갔다.
그러나 일부 신문에서처럼 저항 세력의 활동을 테러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라크는 아직 전쟁 상황이고 ‘폭력의 극한적인 행사’를 전제로 하는
전쟁에는 테러라는 말이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독립운동 내지는 국권 회복 운동이라고 부르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하캄이라는 터키 간식(떡?), 매우 단맛이 났다.


*휴게소에서 같은 버스로 24시간을 여행하게 된 승객들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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