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오후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
- 나희덕, 「허락된 과식」-
햇빛이 눈부시다. 찬란하다.
가까운 집 주위에서 만나는 꽃도 나뭇잎도 덩달아 그렇다.
계절은 여전히 소란스런 세상을 덮을 만큼 넉넉하고 충만하다.
흔전만전 쏟아져내리는 햇빛이 아까워 오늘도 아내와 걸으러 나갈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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