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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아까운 햇빛

by 장돌뱅이. 2025. 4. 28.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오후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

- 나희덕, 「허락된 과식」-  

햇빛이 눈부시다. 찬란하다.
가까운 집 주위에서 만나는 꽃도 나뭇잎도 덩달아 그렇다.
계절은 여전히 소란스런 세상을 덮을 만큼 넉넉하고 충만하다.
흔전만전 쏟아져내리는 햇빛이 아까워 오늘도 아내와 걸으러 나갈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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