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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비에 대한 공부

by 장돌뱅이. 2024. 7. 11.

비 오는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우산을 보면 알록달록 옹기종기 아기자기 귀엽다.
♬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노래를가 생각나게 한다.

왼쪽에 내가
오른쪽엔 네가 나란히 걸으며
비바람 내리치는 길을
좁은 우산 하나로 버티며 갈 때
그 길 끝에서
내 왼쪽 어깨보다 덜 젖은 네 어깨를 보며
다행이라 여길 수 있다면
길이 좀 멀었어도 좋았을걸 하면서
내 왼쪽 어깨가 더 젖었어도 좋았을걸 하면서
젖지 않은 내 가슴 저 안쪽은 오히려 햇살이 짱짱하여
그래서 더 미안하기도 하면서

- 복효근, 「우산이 좁아서」 -

예전에 비를 이렇게 구분한 적이 있다.

이슬비 : 아주 가늘게 내리는 비, 는개보다 굵고 가랑비보다는 가늘다.
보슬비 : 바람이 없는 날,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비

설명 중에 나오는 는개는 기억해두고 싶은 예쁜 우리말이다.
는개는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를 말한다.
안개비는 "빗줄기가 가늘어서 안개처럼 부옇게 보이는 비(무우霧雨)"고, 가랑비(삽우霎雨, 세우細雨)는 이슬비보다 좀 굵고 가늘게 내리는 비다.
 
그러니까 사전을 기준으로 약한 비부터 적어보면 대략 이렇겠다.

안개비 <는개 <이슬비, 보슬비 <가랑비 <장대비(작달비).

사전의 정의를 알아도 실제 이 날  아침 내리는 비가 어떤 비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외에도 사전에는 여러 가지 비에 관련된 말이 많다.
예를 들면, 여우비·단비·모종비·목비·발비·밤비·장맛비·소나기·큰비·궂은비·찬비·빗발·빗날·비바람·비빌이·빗줄기·빗방울·빗소리·빗밑·빗낱·장마·건들장마 등등.

아마 옛날에는 비가 지금보다 더 농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므로 관련된 말들도 발달했을 것이다. 언어는 환경을 반영한다. 에스키모어에는 눈에 관한 어휘가, 아랍어에는 낙타에 관한 어휘가, 그리고 몽골어에는 말에 관한 어휘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한자로는 이렇게도 구분한다.
비인지 아닌지(非) 애매하게 내리는  비(霏), 한가롭고 '애인(妾)'을 생각나게 하는 삽(霎), 몸을 적실 정도로 (沐) 가늘게 오는 목(霂), 숲(林) 속 쭉쭉 뻗은 나무처럼 세차게 내리는 림(霖), 땅을 늪으로 만들(沛) 것처럼 거세게 쏟아지는 패(霈)가 있다. 모두 비 '雨'가 들어있다.

조선시대 측우기록인 『풍운기(風雲記)』에는 비의 세기를, 미우
·세우·소우·하우·쇄우·취우·대우·폭우의 8단계로 구분했다고 한다. 요즘 자주 들을 수 있는 호우(豪雨)는 외국(일본?)에서 들어온 말이 아닌가 싶다. 호우는 '많이 오는 豪雨'와 '때 맞춰 알맞게 오는 好雨'를 맥락 속에서만 구분할 수 있게 한다. 이오덕 선생님은 호우라는 말 대신 '큰비'라는 우리말을 사용하자고 했다.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다. 충청 이남 지역에서는 비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되었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소란스럽기만한 세상에  장마라도
더 이상의 피해가 없이 끝났으면 싶다.
장마가 끝나면  더위가 기승을 부리겠지만 그래봤자 그것도 길어야 한 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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