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8월 중순이면 사그라들 거라고 생각했던 더위는 매일 지칠 줄 모르고 열기를 쏟아낸다.
손자 저하들과 노는 것이 피서라고 여기며 지냈는데 사위가 근속휴가 30일을 받는다고 했다.
"그으래?" 쾌재를 부르며 서둘러 여행 계획을 잡았다.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소는 키우지 않고' 모두들 여행을 떠나는지 항공사 티켓 사이트에는 예약 불가가 점점이 찍혀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여 잡은 것이 태국 방콕이다.
큰 사전준비를 하지 않아도 비행기 티켓만 있으면 떠날 수 있는 곳.

공항버스에도 사람이 많았다. 아내와 내가 타는 것으로 만석이 되었다.
기사는 정거장마다 서서 20분쯤 뒤에 뒤차가 온다고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사람들은 체크인카운터에도 많았고, 보안검색대에도 많았다.
그나마 자동체크인과 여권 스캔만 하면 되는 자동출국심사의 신속함이 정체를 감소시켜 주었다.
내키지 않는 밤 비행기의 여행이다. 이 또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아내는 살짝 감기 기운이 있는 듯했다. 혹시나 체크해 보니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었다.
그래도 면세점 쇼핑할 때는 원기왕성 했다.
라운지에도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입구부터 대기줄이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아내와 여행 출발주(酒)를 나누었다.


출발할 때 맑다고 기장이 알려준 방콕의 날씨는 자정(방콕 시간)이 지나 도착했을 때는 비가 쏟아졌다.
개인 수하물 출고가 늦어져서 한 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폭우 때문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많은 비행기가 한꺼번에 도착한 이유도 있을 것 같았다.
동남아에 간헐적 폭우는 일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입국심사대를 통과한 사람들은 끝없이 밀려 나왔다.
워낙 늦은 밤(이른 새벽)이라 오직 숙소인 차트리움 리버사이드로 가는 차도만 텅 비어 있었다.

아무튼 방콕에 왔다.
아내는 침대에 눕자 바로 잠이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누워서 언젠가 방콕의 어떤 바에서 보았던 글귀를 떠올렸다.
"Good guys go to Heaven, Bad guys go to Bangkok."
왜? 그런 말을 붙여놓았을까?
하지만 착한 천사로 나중에 하늘로 오르기보다는 좀 시원찮은 인간일지언정 살아 방콕에 온 지금이 좋은 거 아닐까? 천방지축 횡설수설 자문과 생각 속을 뛰어다니다 까무룩 잠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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