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 서울숲을 걸었을 때까지만 해도 여름의 일부와 늦은 가을이 섞여 있는 듯했는데, 갑자기 큰 눈이 오고 난 뒤엔 계절이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추워진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 걷는 강변엔 색색의 단풍과 헐벗은 나무가 아직도 초록인 풀과 나무와 함께 눈을 이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시도 있지 않던가.
딸아이가 보내준 사진 속 손자들은 이미 와버린 지금의 눈과 추위를 즐기고 있었다.
자지러지는 웃음 소리와 즐거운 비명이 울려 나오는 듯했다.
생의 어느 시간을 지나건 자꾸 행복해야 하는 게 존재의 가장 큰 의무임을 새삼 생각해 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