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그냥 걷다가 발견하고, 걷다가 힘들면 들어간 곳들이다.
롯데쇼핑몰을 제외하곤 모두 호안키엠 호수 주변에 있다.
1. 카페 지앙(Cafe Giang)
길가에 달린 작은 간판 아래 좁고 긴 통로를 따라 간 곳에 있는 카페 지앙은 1946년부터 영업을 해왔다고 하며(최초의 장소는 아니다) 에그커피(커피 쯩)로 유명하다.
에그커피는 우유가 귀하던 시절 달걀을 대신 사용하면서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에그커피와 코코넛코피를 주문하여 아내에게 맛을 보고 선택하라고 했는데 아내는 취향이 아닐 거라고 짐작했던 에그커피의 우세를 판정했다. 좁은 베란다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마셨다.
2. 카페 딩(Cafe Dinh)
좁은 계단을 올라야 있는 좁은 탁자와 낮은 의자의 허름한 카페.
그래도 실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내와 나도 그 옛스런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카페 지앙처럼 에그커피가유명하다고 해서 시켰더니 예쁜 그림이 그려서 나왔다.
3. 꽁카페(Cong Caphe)
카페가 없다면 걷는 여행은 얼마나 지루할까?
베트남에선 하일랜드와 함께 꽁카페가 여러 곳에 있어 필요할 때마다 들어가 쉬었다.
들인 공에 비해 결과는 미약한, 그래서 맛은 더 진한 해바라기 씨를 까먹었다.
여행은 때때로 새벽에 서둘러 집을 나서 다시 서너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내린 곳에서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며 빈둥거리는 것이기도 하다.
4. 서점거리
호안끼엠 호수 남서쪽의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예쁜 서점들이 줄지어 있는 깨끗하고 산뜻해 보이는 거리를 보게 되었다. 국민들의 독서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2017년에 조성한 서점 거리라고 한다.
주말이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우리 외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 활성화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오토바이가 없고 한적한 분위기여서 서점을 따라 놓인 의자에 앉아 쉬어 가기엔 좋은 곳이었다.
5. 냐 싸익 마오
하노이의 고급 백화점인 짱띠엔 플라자 근처에 있는 헌책방이다.
1974년에 문을 열었다니 50년이 넘은 곳이다. 2층으로 된 서점 내부는 책으로 가득했다.
서점 가운데 소라처럼 뱅뱅 돌아가는 계단엔 SNS용 사진을 찍는 베트남여성들이 많았다.
혹시나 해서 영어로 된 베트남요리책이 있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6. 짱띠엔(Trang Tien) 플라자
여행 중 한두 번씩은 백화점에 들린다. 오직 손자저하들의 옷을 사기 위해서다.
특별한 고가의 옷이 아니고 한국에도 백화점에 있는 흔한 상표의 옷이다. 가격도 비슷해서 굳이 여행 중에 살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할 때마다 빼먹지 않는 중요한 일정이 되었다.
그 옷을 입은 저하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아내와 함께 크기와 색과 디자인을 고민하는 시간은 여느 이름난 관광지를 가보는 것만큼이나 즐겁고 오붓하다.
7. 롯데쇼핑몰
이번 하노이여행에서 공항을 오고 가는 곳을 빼곤 유일하게 택시를 타고 왕복한 곳이다.
짱띠엔 플라자와 마찬가지로 손자저하들의 옷을 사고 군것질 거리도 샀다.
8. 맥주거리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맥주거리가 있어 저녁에 잠깐 걸어 보았다.
골목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호객꾼들의 한국말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오빠, 여기 맛있어요."
"들어와요. 맛있어."
"끝내줘. 짠내투어, 짠내투어."
의자와 탁자가 가득히 밀려나와 있는 길에는 호객꾼들 또한 가득해서 발을 떼기가 힘들었다.
결국 들어간지 5분이 안 되어 혼이 빠져 되돌아 나오고 말았다.
TV와 컴퓨터와 인터넷은 여행과 여행지의 변화를 가속화 시킨다.
여행 정보를 얻는 것이 쉬워지고 여행 자체가 편리해진 만큼 여행지의 모습은 격하게 요동친다.
때로는 소담스럽지 못한 방향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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