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사원이 많다.
여행자거리 주변에만 서른몇 개라는데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다.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사원과 사원의 지붕선이나 첨탑이 보였고,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걷다 보면 어디서건 사원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들어가 보았다.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고 받지 않는 곳도 있었다. 특별히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지 않는 대부분의 사원들은 작은 시골학교 분교처럼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사원에 들어가면 우선 천천히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적당한 그늘에 힘을 빼고 앉아 그냥 여기저기를 바라보았다.
사원의 이름이나 역사를 알려하지 않았고 보이는 것만 눈에 담았다. 내게 여행은 여행 목적지는 있지만 목적은 없는, 어떤 계산과 계획에서 자유로운, 공상과 상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1. 왓 씨앙통 Wat Xieng Thong
왓 씨앙통은 사전에 이름을 알고 의도적으로 찾아간 유일한 사원이다.
왓 씨앙통은 1559년에 세워져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가치에서 루앙프라방을 대표하는 사원이라고 한다. '황금(통) 도시(씨양)의 사원(왓)'이라는 뜻으로 왕의 대관식과 장례식 이곳에서 치러졌으며 루앙프라방이 수도이던 시절 외국 사절들이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이었다.
사원 이름을 알았다 뿐이지 했던 일은 다른 여느 사원에서와 다르지 않았다.
여행 안내서에 자주 거론되는 왕실 장례 마차를 보관하고 있는 호 랏싸롯, 대법전, 와불법당(붉은 예배당)과 외벽의 유리 모자이크 공예 등을 돌아보고 나선 의자에 앉아 사원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사원 경내는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대법전의 벽면 장식을 바라볼 때 뒤에서 뭔가 자꾸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한 중국인 여행객이 사진을 찍겠다고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손짓까지 해가며 모두 비켜나라고 거칠게 외치고 있었다.
안하무인의 그의 무례한 행동이 불쾌해서 불뚝 항의하려다가 마음을 누르고 물러서 주었다.
'그'를 피하려면 내가 이른 아침이나 아니면 늦은 오후에 오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참고로 태국에서처럼 라오스에서도 사원을 '왓'이라고 한다. 영어로 Wat으로 쓰나 Vat로 쓰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프랑스식으로 알파벳 표기를 한 것을 영어식으로 읽으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루아프라방의 대로인 Sisavangvong을 '씨사방봉'이라 읽지 않고 '씨사왕웡'으로 읽는 것과 같은 이치다.
2. 호 파방(왓 호 프라방)
씨사왕웡 거리를 걷는데 담장 너머로 눈을 끄는 건물이 보였다. 알아보니 이름이 호 파방이었다.
지붕이 올려진 법당은 작지만 화려하면서도 단단·당당해 보였다.
왕궁박물관 안에 있어 들어가 볼까 했으나 관광객들이 많아서 돌아섰다. 왓 씨앙통에서처럼 공연히 소리치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입구 쪽에서 건너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불교나라 라오스에 불상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파방(프라방, Pha Bang, Prabang)은 가장 신성시된다. 90% 순금으로 만들어졌으며 크기 83cm, 무게는 53kg이라고 한다. 원래 11세기 실론(스리랑카)에서 만들어져 14세기에 라오스로 건네졌다. 이후 도시의 이름도 '씨앙 통'에서 '황금 불상의 도시'인 '루앙 프라방'으로 바뀌었다. 호 파방은 이 불상을 모시기 위해 유독 화려하게 지어진 것 같다.
3. 사원 사원 사원들
그리고 여러 사원들.
너무 많아서 사진 대신 영상으로 모았다. 아름다움이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사진을 찍겠다고 소리치거나 저 앞 뭔가를 먼저 보겠다는 듯 어깨를 치고 지나가면서 미안하다는 말할 틈도 없는 바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아 한적해서 오히려 더 좋은 곳들이기도 했다.
설렘과 기대는 여행이 주는 첫번째 즐거움이다.
어쩌면 그것만으로 여행은 이미 제 몫을 다한 것인지 모른다.
기대보다 실제가 낫거나 부족하기 할 수도 있고, 뜻밖의 친절이나 터무니없는 황당을 만날 수도 있지만 내게 모든 여행과 여행지는 '그래서 여기까지 왔으니 웃으라'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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