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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과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 4 - 푸시산

by 장돌뱅이. 2025. 2. 3.

루앙프라방 한가운데 푸시산이 있다. 언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높이가 낮다.
산을 오르는 길은 3개가 있다.
어느 길을 택하건 계단으로 10여 분만 걸으면 정상에 설 수 있다.
오르는 수고에 비해 꼭대기 풍경이 주는 보상은 크다.
메콩강과 남칸강 그리고 산들에 둘러싸인 루앙프라방을 전방위로 조망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에 있는 동안  푸시산에 두 번 올랐다.
한 번은 아내와 한낮에, 또 한 번은 혼자서 해돋이를 보러 올랐다. 
해넘이를 보는 최고의 장소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린다고 해서 저녁엔 가지 않았다. 

초록의 숲과 강과 산에 둘러싸인 한낮 루앙프라방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작은 조롱 속에 담아 온(정상 옆에 있는 매점에서 판매하는) 새를 방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고기를 강에 놔주는 모습은 보았어도 새를 놔주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허공으로 자유로이 날아가는 새를, 새가 사라져 버린 하늘을 바라보며 오래 머물렀다.
가볍게 얼굴에 와닿는 바람도 향긋했다. 

새벽 푸시산.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해돋이를 기다리는 동안 먼곳에서 염불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염불소리에 한낮에 느꼈던 평화스러움에 더하여 정갈하고 경건한 기운이 실려 왔다.
함께 서있는 10여 명의 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아침해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짙은 푸른빛이었던 하늘은 보랏빛으로 분홍빛으로 노란빛으로 바뀌었고 건너다 보이는 산의 실루엣은 바람에 떠밀린 구름에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새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올랐다. 

한 시인은 '우리에겐 우리와 마주쳤던 행복한 우연을 최선을 다해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푸시산에서 아내와 내가 잠겨있던 잠깐 동안의 평화스러움과 정갈함과 경건함을 그래야 할 것이다.
비록 다시 돌아온 번잡한 일상 속에서 그것이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 할지라도 그 기억을 떠올리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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