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시폭포에 가기 위해 루앙프라방에 머무르는 동안 ( 공항 왕복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차를 탔다.
일인당 미화 7불의 반나절 투어를 신청하자 숙소로 미니밴이 데리러 와주었다.
시내여행사에서 좀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숙소에서 했다.
폭포까지는 35km로 대략 40분 정도 걸렸다.
주차장엔 단체관광객용 대형버스, 미니밴, 툭툭 그리고 오토바이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다.
폭포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두 시간 반 정도가 주어졌다.
주변 트레킹을 하지 않고 산책로를 따라 폭포만 돌아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맨 위쪽 폭포까지 올라갔다가 돌아보고도 시간이 남아 우리는 야외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느긋하게 폭포를 바라볼 수 있었다.
꽝씨폭포는 폭포 자체도 멋지지만 계곡을 따라 내려오며 만든 물웅덩이의 물빛이 더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빛이었다. 석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그렇다고 한다.
수영하기엔 좀 쌀쌀한 날씨인데도 웅덩이로 뛰어들거나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외에 10명 정도의 일행이 함께 미니밴을 타고 꽝씨폭포를 다녀왔다.
쿤밍에서 기차를 타고 온 중년의 중국인 남자 한 명, 스페인에서 온 남녀 커플을 비롯한 서양인들 외에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 2명이었다. 마침 가까이 앉게 되어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비엔티엔으로 입국해서 남쪽 빡세(Pakse)로 내려갔다가 다시 북쪽인 루앙프라방에 왔다고 했다. 비엔티엔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고 고개를 젓더니 이유를 물을 틈도 없이 대신에 빡세는 우리나라 6∼70년 대의 풍경과 정감을 지녔다고 호감을 표했다.
루앙프라방은 다 좋은데 날씨가 너무 춥다고 했다.
더운 동남아라고만 생각하고 별 준비를 안 하고 온 것 같았다. 겨울철에는 베트남의 하노이도 루앙프라방도 한국 가을 온도로 내려가는 게 보통인데 특히 최근 며칠은 이상기온으로 더욱 떨어졌던 것이다.
아내가 비상용으로 가져온 핫팩 몇 개를 건네주자 반가워했다.
은퇴를 하고 나면 직장 일로 함께 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다.
다녀온 뒤에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경우가 있고 서먹해지는 경우가 있다.
후자는 함께 먹고 돌아다니고 자야 하는 여행에서 필요할 때만 만나는 일상에서와는 다른 개성들이 드러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다.
어떤 모임에서 막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있었다.
"잘 다녀왔어요?"
사람들이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퉁퉁 부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아니, 오키나와 집 모양이 일본 본토와 다른 게 내 책임이에요?"
고등학교 동창들과 모처럼 오키나와를 여행하는데 그가 계획부터 실행까지 주도를 한 것 같았다.
사전에 일정에 관해 충분히 설명을 했는데도 막상 여행이 시작되자 예상치 못했던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숙소가 사진과 다르다, 음식이 별로다, 인터넷에 보니 더 멋있는 곳이 있던데 등등.
그중에 최고는 오키나와의 집 모양이 '일본스럽지 않고'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친구들이 큰 불만의 뜻으로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도를 하는 입장에선 그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급기야 여행 막바지에 그가 폭발했고 냉랭한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해 돌아올 땐 비행기 좌석도 떨어져 앉았다고 했다. 그는 말을 하면서 다시 화가 나는 듯했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같은 비행기를 탔네요. 나는 아예 다른 비행기로 돌아온 적도 있어요."
누구나 특별한 여행을 꿈꾸면서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비슷하게 한다.
여행은 그래도 혹은 그래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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