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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봄날은 간다

by 장돌뱅이. 2013. 6. 25.

샌디에고 동북쪽으로 두시간 정도를 차로 달리면 만나게 되는
ANZA - BORREGO 사막은 캘리포니아 주립공원이다.

황량하기 그지없던 이곳 사막에도 삼사 월이면 봄기운이 가득해진다.
겨우내 내린 약간의 빗물을 자양분으로 곳곳에 업드려 있던 꽃들이
고개를 들고 저마다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지터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여니
샌디에고와는 다르게 벌써 후끈하게 달궈진 공기가 달려든다.
주변의 사막은 칙칙한 회색에서 벗어나 눈부신 원색이다.
길지 않은 시간으로 봄을 압축해야 하는 사막이기 때문인지
꽃빛은 유난히도 화려하고 진해 보인다.

IMPOSSIBLE FISH.
비지터센터 앞 작은 연못에서 헤엄치는 새*끼 송사리만한 물고기들.
사막의 급격한 온도와 염분의 변화에도 신속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지닌
물고기로 맘모스 시대부터 살아온 경이로운 생명체이다.

메마른 사막에서 혹한의 극지방까지 지구상의 모든 곳에는
그렇게 억척스러운 생명들로 가득하다.
함부로 인간만 힘든 것인 양 투덜거리며 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비지터 센터 주변엔 희고 노랗고 붉은 꽃들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있다.

 

HELLHOLE CANYON TRAIL의 왕복 6마일에 이르는 길가에도 꽃들은 풍년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들은 어린 아이의 자지러지는 웃음처럼  해맑아  보인다.
거기에 먼 산등성이 너머 푸른 하늘과 흰구름까지 더해지면
내게 세상은 완벽하게 다가온다.

다만 그럴수록 아직 한국에 있어 동행하지 못한 아내의 빈 자리는 더욱 허전하게 남는다.
아내가 함께 하지 못한 모든 여행에 그렇듯 이번 여행에도 나는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함께 지내지 못한 날들은 항상 쓸쓸합니다.
     멀리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 우리 열심히 살아요.
                              - 김정환의 시 중에서 -

(2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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