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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그대의 관대한 사랑 사람은 먹어야 산다. 너무도 당연하다. 일용하는 음식의 기본은 식재료이다. 따라서 이들 생장의 바탕인 자연에 대한 이해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필수 항목이 되겠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자연순환과 발효퇴비, 그리고 흙을 살리는 농사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생태맹이라는 단어가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연에 대한 무지를 일컫는다. 그러나 생태맹은 단순히 자연 생태에 대한 지식 결핍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감수성 결핍까지를 포함하는 말이다. 즉 자연의 중요성과 신비함, 아름다움, 오묘함을 느끼지 못하는 감성의 결핍 상태를 말한다. 흙을 살리는 농사와 같은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생태맹의 일상을 사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강의 중과 후에 떠오른 몇 가지 생각. 1. .. 2019. 6. 13.
내가 읽은 쉬운 시 114 - 어효선의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이 드러난다. 성긴 구름 사이로 얼비치던 파란색이 점차 짙어지면서 넓은 하늘로 번져간다.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의 대비가 더욱 선명해진다. 그 아래 유월의 초록이 짙다. 살풋한 바람에 청량감이 가득하다. 아내와 그런 풍경을 눈에 담으며 공원을 걷고 벤치에 앉아서도 바라본다. 예쁘다!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단순하고 당연한 것들만으로 마음이 부풀던 시절이. 즐거운 노래로 감탄을 대신하던 시절이. 옛 기억을 더듬어 가만히 다시 불러보자. 혹 깊이 패인 주름살 사이 버석버석한 살비듬이 촉촉하게 젖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굳은살이 박히지 않은 설렘들과 첫 햇살의 환희 같은' 오래 전의 기억들을 현재화 하는 것은 유효기간이 지난 시간의 부산물이나.. 2019. 6. 10.
EAT PRAY LOVE!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가 있던가? 4일의 연휴를 아내와 함께 "놀고 걷고 마시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보냈다. 아직 문득 문득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기도 하면서 영화 속 대사를 흉내내기도 하면서. "괜찮아. 가슴이 아프다는건 노력한다는 거니까. 때론 사랑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래야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거니까." 연휴 마지막 날 일요일의 새벽은 짜릿했다. U-20 월드컵에서 젊은 청년들이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4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가 끝나고 밤을 꼬박 새운 아내와 한강변으로 나가 걸었다. 초미세먼지의 예보가 있다지만 아침 강변의 공기는 쾌적하게 느껴졌다. 이틀 전에도 한강변을 걸었다. 비가 온 뒤라 공기는 더 없이 맑았.. 2019. 6. 9.
내가 읽은 쉬운 시 113 - 김시천의 「아이들을 위한 기도」 샌드위치 데이를 낀 연휴의 시작은 손자친구와 함께였다. 하루종일 기차놀이와 보물찾기, 병원놀이와 솔방울 구멍에 넣기, 그리고 놀이터에서 미끄럼과 그네를 번갈아 타거나 날린 비행기를 쫓아 운동장을 뛰어다니기도 하며 보냈다. 그래도 아직 아쉬움이 남은 강철 체력의 친구는 저녁을 먹고 헤어질 때 울음을 터뜨렸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친구에겐 세상의 모든 것이 장난감이고 놀이의 대상이다. 길 위에 떨어진 솔방울과 개복숭아에서부터 가구의 벌어진 틈새나 문 뒷쪽의 작은 공간, 신발이나 양말, 작은 구슬이나 병뚜껑, 종이컵 등등 일상의 흔한 것들과 짜릿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상력과 호기심을 가졌다. 친구를 따라다니면 세상 곳곳이 흥미진진한 신비함으로 가득차 있음을 알게 된다. 친구와 지내다 돌아오는 길은 온몸이.. 2019. 6. 6.
발밤발밤46 - 강화도 돌아보기 십여 년만에 강화도를 다녀왔다. 미국 근무 등으로 생긴 오랜 공백이었다. 모든 것은 변한다. 시간이 지나간 흔적이다. 우선은 강화도까지 가는 길이 변했고 도로 주변의 풍경도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강화도에도 곳곳의 변화가 확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의 생각도 변해 있었다. 우리옥 가장 최근에 우리옥을 다녀온 것이 2006년이다. 그때 나는 이곳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 https://jangdolbange.tistory.com/423 ) "강화 읍내의 우리옥은 유명한 식당이다. 반세기 동안 한 곳에서 백반집으로 명성을 이어온 탓이다. 강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다 안다. 읍내 거리 시장 안 좁은 골목길에 있어 주차도 할 수 없고 식당의 안팎도 허름하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2019. 6. 4.
봉준호의 「기생충」 2007년 워싱턴포스트는 시민들의 예술적 감각과 취향을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가인 조슈아 벨 JOSHUA BELL을 길거리 악사로 변장 시켜 워싱턴 시의 한 지하철역에서 연주를 하게 한 것이다. 그는 수십 억원이 넘는 명품 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STRADIVARIUS를 들고 한 시간 가까이 연주를 했다. 그 시간 동안 약 천여 명의 사람이 그 앞을 지나갔지만 1분 이상 머물러 음악을 들은 사람은 겨우 10명 미만이었고, 27명이 32달러 17센트의 돈을 놓고 갔다고 한다. 이 실험을 하기 이틀 전 보스턴에서 열린 조슈아 벨의 연주회는 최하120불부터 시작하는 관람권 전석이 매진된 바 있다. 한번으로 실험으로 복잡한 사람들의 속내를 단정하는 것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사람.. 2019. 6. 4.
유월 첫날 딸아이 가족을 초대하여 주말 식사를 함께 했다. 새벽에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축구경기를 보고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는 음식이 나박김치 외엔 없었기에 식사 시간에 맞추려니 서둘러야 했다. 노노스쿨에서 배운 음식을 메인으로 해서 다른 몇 가지를 더해서 상을 차렸다. 구절판(칠절판). 노노스쿨 에서 1호로 만들었던 추억의(?) 메뉴이다. 여전히 흰 지단과 밀전병은 어려웠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모양새가 나왔다. 오이 돌려깎기도 한결 쉽게 되어 그동안 요리 실력이 늘었다고 혼자 자부를 해보았다. 소고기두릅말이. EBS의 "최고의 요리비결 한명숙 선생님"편에서 알게 된 것이다. 두릅철이 아니라 아스파라거스로 대체했다. (사진을 깜빡 잊고 찍지 앉아 지난 번에 찍어둔 것이다.) 달래.. 2019. 6. 2.